“60억 t 물 덮친다… 방콕 홍수 통제불능”… 태국 물난리 불안감 고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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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 달째 이어져온 태국의 홍수사태가 만조가 겹치는 28일부터 최대 고비에 접어든다.

긴급 재난 임시휴일이 시작된 27일 수도 방콕은 폭풍 전야처럼 큰 혼란은 없어 보였다. 시 북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도심 거리는 아직 강물이 닥치지 않아 말짱한 모습이었다. 며칠간 비도 오지 않았고 날씨도 화창했다.

하지만 상류에서 흘러온 강물이 27일부터 서서히 몰려들면서 도심을 가로지르는 짜오프라야 강이 조금씩 범람하자 공포에 사로잡힌 방콕 주민 수천 명의 피난행렬이 본격화됐다. 터미널과 기차역 공항 등으로 몰려든 주민들은 푸껫 파타야 후아힌 등 홍수피해가 없는 휴양지로 피신했다. 이로 인해 휴양지 일대 숙소는 방을 구하려는 주민들로 혼잡을 빚고 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방콕을 상징하는 관광지인 왕궁에도 서서히 물이 차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콕보다 북쪽에 있는 랑싯에서 돈므앙 공항과 잉차로엔 시장까지 침수된 상태라고 국영 통신인 MCOT가 전했다. 수쿰판 빠리밧 방콕시장에 따르면 북쪽의 돈므앙 일대는 이미 90%가량 물에 잠겼고 방콕 북부와 동서부, 짜오프라야 강 인근으로 침수지대가 확대되고 있다. 쁘라차 쁘롬녹 법무장관은 26일 “북쪽에서 처리가 불가능할 정도의 강물이 내려오고 있다”며 “방콕 전역이 침수될 수 있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수 전문가인 로욘 박사는 “유입되는 강물은 60억 t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방콕은 하루 4억 t의 강물만 바다로 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27일 현재까지 태국 전역의 강우량은 2000mm가 넘었다. 이는 평균 연간 강우량인 1500mm를 훨씬 넘는다.

홍수가 방콕 북부에 있는 악어 농장들을 덮치며 악어 100여 마리가 방콕시내 북부지역까지 쓸려 내려와 이곳 주민들이 악어 공포에 떨고 있다. 태국에서는 가방과 신발을 만드는 악어가죽을 전 세계에 공급하기 위해 800개가 넘는 농장에서 악어 수만 마리를 기르고 있다. 당국은 전기충격기로 악어 잡기에 나섰으며 악어를 잡아오면 현상금을 주기로 하는 등 ‘악어 회수’에 부심하고 있다.

한편 태국의 홍수로 현지에 진출한 국내 중소기업의 직간접 피해가 점점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27일 KOTRA 방콕무역관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 및 물류업체 등을 중심으로 적잖은 우리 기업들이 피해를 볼 것으로 나타났다.

혼다, 도요타에 부품을 납품하는 국내 중소기업 두 곳은 태국 현지의 일본공장이 가동을 중단하거나 감산(減産)하는 바람에 매출액이 절반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됐다. 전기전자 부문에서는 냉장고용 튜브를 생산하는 S사가 주요 고객인 샤프전자의 침수로 주문량이 크게 줄었다.

중소 물류업체의 피해도 점점 커질 것으로 보인다. C사는 고객 화물을 침수 가능성이 낮은 창고로 급히 옮기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유타야 지역의 대형 공장들이 가동을 중단함에 따라 원부자재와 완제품의 물동량이 급감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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