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의료분쟁에 200명이 ‘각목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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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장시(江西) 성 난창(南昌)에서 8월 23일 오전 10시경 남자 100여 명이 각목 등을 들고 난창제일병원으로 몰려들었다. 이들은 수술실에서 숨진 환자의 죽음에 분노한 친척과 지인이었다.

정문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병원 주변에 숨어 있던 다른 100여 명의 청년이 일제히 소리를 지르며 각목을 휘둘러댔다. 이들은 병원 측이 경호를 맡긴 사람들이었다. 200여 명이 뒤엉켜 격렬한 ‘각목 전투’를 벌이던 중 무장경찰이 도착했고 죽은 환자의 지인들은 강제 해산됐다.

3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당시 사건을 보도하며 중국 의료계에 대한 국민의 증오 섞인 불신을 지적했다. 중국 병원은 의료 사고가 발생하면 환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개혁 개방 이후 기존의 사회주의 의료시스템이 붕괴돼 정부 지원이 대폭 줄어들자 국립병원들은 앞다퉈 영리를 추구하면서 환자들과 마찰도 잦아졌다. 그나마 시골에선 병원이 대부분 사라진 탓에 농민들은 병이 나면 모두 비싼 대도시 병원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요즘 베이징의 대형 병원에서는 진료를 받으려면 하루 종일 줄을 서야 한다. 수술하려면 보증금으로 미리 8000위안(약 130만 원) 이상을 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환자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충돌도 일상화되고 있다. 영국의 의학 학술지 랜싯이 최근 중국 의사 1만4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의사들은 대부분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있었다. 또 평균 한 달에 한 번씩 환자들과 의료 분쟁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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