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빚, 내 빚만큼 딱해”… 노다 日 신임 총리 첫 시험대는 ‘증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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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재정도 말이 아니지만 우리 집 경제 사정도 딱합니다.”

30일 국회에서 총리로 지명된 노다 요시히코 신임 일본 총리는 전날 민주당 대표 경선후보 연설에서 재산보다 빚이 많은 자신의 형편을 이렇게 설명했다. 2009년 공직자 재산공개에 따르면 노다 총리는 정기예금이 200만 엔, 빚은 3500만 엔이다. 낙선해 낭인생활을 할 때는 아들에게 신발을 사주지 못할 정도로 고생하기도 했다. 나랏빚이 국내총생산(GDP)의 2배가 넘는 재정상황을 자신의 딱한 형편에 빗대 설명한 것.

새 총리의 어깨를 짓누르는 과제는 재정 문제뿐만이 아니다. 동일본 대지진 피해 복구, 엔고와 전력 부족으로 인한 기업 피해 확산, 20년째 이어지는 장기불황, 늘어나는 사회복지 지출 등 열거하기조차 힘들다. 하나같이 막대한 재정이 필요하지만 높은 부채비율을 줄여야 하는 재정균형도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노다 신임 총리가 그동안 밝혀온 정권 운영 구상에 따르면 그는 일단 성장보다는 균형재정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씀씀이를 줄이고 소비세 등 세금을 더 거두는 증세정책에 의욕적이다. 최근 2년간 재무성 대신과 부대신을 지내며 국가채무에 남다른 위기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2015년까지 지진복구 비용으로 13조 엔이 들어갈 것으로 보고 이 가운데 12조5000억 엔을 적자국채를 발행하되 재원을 소득세 인상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다. 또 늘어나는 사회복지 비용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소비세를 현행 5%에서 10%로 늘리는 법안도 내년 3월까지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노다 총리는 엔고 대책이나 중소기업 등 기업 살리기에도 적극적이어서 일본 경단련(經團連) 등 재계단체에서 기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증세정책으로 요약되는 그의 경제운용 방침은 같은 당인 민주당은 물론이고 국민으로부터도 적잖은 반발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균형재정을 위해 섣불리 증세에 나섰다가 소비와 투지심리가 얼어붙어 자칫 일본의 경제성장의 불씨마저 꺼뜨릴 수 있다는 이유다.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지난해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소비세 10% 증세안을 꺼냈다가 참패한 것처럼 자칫 정권까지 내놓을 수 있다는 것.

한편 노다 총리는 이날 집권 여당의 2인자인 간사장에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의 최측근인 고시이시 아즈마(輿石東·75) 참의원 의원회장을 내정했다. 반(反)오자와 성향인 노다 총리가 고시이시 씨를 발탁한 것은 당내 최대계파인 오자와 그룹과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 그룹을 배려한 탕평인사 성격이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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