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요새 함락]알 갈리 대사 “주한리비아대사관 이제부터 과도국가위원회를 대표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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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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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군, 카다피 요새 점령

마사우드 알 갈리 주한 리비아대사(사진)는 2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대사관은 리비아 과도국가위원회(NTC)를 대표한다”고 선언했다.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대사관 접견실 깃대에는 카다피 체제를 상징하는 녹색기 대신에 반군 세력인 NTC의 삼색기가 태극기 옆에 걸려 있었다. 갈리 대사는 삼색기를 가리키며 “새로운 리비아의 국기”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리비아 반군은 23일 카다피 진영의 핵심 거점인 밥알아지지아 요새를 장악한 뒤 트리폴리 전투 승리를 공식 선언했다. 압둘 하킴 벨하지 반군 사령관은 치열한 전투 끝에 반군이 요새에 진입한 이날 오후 알자지라 방송을 통해 “카다피와 그의 친구들은 쥐 떼처럼 도주했다. 우리는 트리폴리 전투에서 승리했다”고 밝혔다.

카다피 관저와 막사, 통신센터 등이 있는 밥알아지지아 요새는 규모가 600만 m²에 이르는 곳으로 카다피가 은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추정돼 왔다. 그러나 반군은 요새 안에서 카다피를 발견하지 못했다. 요새 함락 몇 시간 뒤 카다피는 한 지역 라디오방송을 통해 “요새에서 철수한 것은 전술적 이동일 뿐”이라며 “승리가 아니면 순교할 것”이라고 밝혔다.

탱크와 미사일까지 동원한 카다피군의 저항도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다. 트리폴리에서 패배한 카다피군 주력은 카다피의 고향인 수르트를 향해 철수를 시작했고, 반군도 이곳으로 무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아직 리비아 상황이 안정되지 않은 만큼 갈리 대사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리비아와 한국의 관계는 미래에 더욱 강해질 것”이라며 “한국 기업들이 새로운 리비아를 재건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초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전으로 혼란스러웠던) 리비아 국민을 지지해준 한국 정부와 국민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현재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새로운 리비아 정부가) 앞으로 한국 정부, 기업, 한국인들과 관계를 잘 맺는 것이다.”  
▼ “과도국가委 삼색기가 새로운 리비아의 국기” ▼

―한국 정부는 NTC를 정통성을 가진 통치기구로 인정했다. 주한 리비아대사관도 NTC를 대표하나.

“그렇다. 앞으로 모든 리비아-한국 관계에 대해 NTC의 훈령을 받아 임무를 부여받고 한국 외교통상부와 협의할 것이다. 언론 보도와 한국 외교부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 정부가 NTC를 인정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NTC를 받아들인 한국 정부의 결정을 인정한다. 한국 정부의 결정은 NTC의 지지를 받을 것이다. (나도) 앞으로 한국 정부 당국자들을 만날 것이다.”

갈리 대사는 3월 리비아가 내전으로 치닫기 시작한 이후 공개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외교부에 따르면 리비아 내전의 종식이 임박한 최근에도 한국 정부와 접촉하지 않았다.

―리비아 내 한국인들은….

“한국인들은 NTC의 보호를 받을 것이고 안전할 것이다. 따라서 리비아에 머물고 있는 한국 시민들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한국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고맙다. 한국인을 존경한다. 한국과 리비아 국민은 친구와 같은 사이다. 리비아와 한국은 전통과 관습 면에서 공통적인 측면이 많다. 우리는 서로 거리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매우 가까운 사이다.”

―삼색기는 어떻게 구했나.

“(미소를 지으며) 리비아에서 구해온 건 아니다. 대사관에서 직접 제작해 22일부터 대사관 안팎에 게양했다. 전 세계 리비아대사관에서 독립적으로 그렇게 하고 있다. 1951년 이탈리아에서 리비아왕국으로 독립했을 때 쓰였던 깃발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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