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이 마련한 집은 이혼때 재산분할대상 아니다”… 中 새 혼인법, 신부들에 ‘된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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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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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부유층 편들어” 비판

앞으로 중국 처녀들이 돈을 보고 결혼하는 ‘황금 결혼관’이 바뀔까?

중국이 13일부터 효력을 발휘한 혼인법으로 떠들썩하다. 중국의 대법원인 최고인민법원은 12일 판결 지침인 ‘혼인법에 관한 사법해석’을 발표했다.

이 지침의 논란거리는 결혼할 때 어느 한쪽이 산 집은 이혼할 때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조항. 중국에서는 결혼할 때 신랑 쪽에서 주택을, 신부 쪽에서 혼수를 준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 자녀만 둘 수 있는 중국의 가족계획 정책(計劃生育·계획생육)의 영향으로 아들을 둔 부모는 통상 결혼할 때 집을 사주는 경우가 많다. 기존엔 이혼 시 결혼할 때 한쪽 부모가 사준 집 역시 재산분할 대상이 됐지만 앞으로는 집을 사온 쪽이 소유하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법원의 이 지침에 따라 재산을 보고 결혼하려는 젊은 여성들의 심리가 약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여자는 집을 가진 사람과 결혼해야 한다는 중국의 전통 결혼관을 바꾸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최고인민법원이 혼인에 대한 전통적 관점을 바꿔 재산보다 사랑에 더 무게를 뒀다는 해석도 있다.

이번 지침에 대해 신부들은 발끈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지침은 신랑 또는 신부가 아닌 더 부유한 쪽의 편을 들었을 뿐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최근 중국 사회에는 ‘뤄훈(裸婚·발가벗은 결혼)’이란 신조어가 유행한다. 어쩔 수 없이 집도 차도 없이 결혼한다는 뜻이다. 뤄훈은 젊은 여성들에겐 기피 대상이다. 여러 설문조사에서 젊은 여성 가운데 많게는 3분의 2가 뤄훈을 할 바에야 결혼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결혼에서 물질을 중시하는 태도를 뤄훈이란 말이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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