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공영방송 BBC “인력-예산 20% 감축”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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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료 동결 이어 대대적 구조조정

공영 방송의 대명사 영국 BBC가 올가을부터 사상 최대의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정부의 전방위적인 긴축 정책 속에서 수신료까지 동결돼 약 20%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다. BBC는 앞으로 5년에 걸쳐 3000명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더타임스 등 영국 언론이 11일 보도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정부는 지난해 10월 BBC와 줄다리기 끝에 시청료를 동결하고 2017년까지 5년간 총 13억 파운드(약 2조3000억 원)의 예산을 삭감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2011년부터 6년간 BBC에 대한 정부 지원금을 동결키로 결정했다. 즉 매년 외교부에서 받아온 해외라디오 방송 ‘BBC 월드서비스’ 지원금(2억3700만 파운드·약 4010억 원)과 시골 지역의 고화질 HD 방송을 위한 장비 설치비용 재원(1억300만 파운드·약 1743억 원)을 자체적으로 마련토록 한 것이다. BBC 1년 예산의 16%에 해당하는 액수다. BBC는 올 1월 월드서비스에서 650명을 해고하고 일부 해외지국을 폐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BBC가 이번에 추가로 줄이기로 한 3000명의 일자리는 전체 직원 1만7000명의 20%에 가까운 규모다. 또 지난해 총액 270만 파운드(약 46억 원)에 이르렀던 이사들의 연봉을 감축하는 계획도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단순히 직원들에게만 긴축의 고통을 전가하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이런 언론 보도들에 대해 BBC 대변인은 “숫자는 아직 추측에 불과하다”고 일단 부인했다.

1922년 설립된 BBC는 영국의 상징과 같다. 영국인의 97%가 BBC 방송을 보거나 듣고 있으며 BBC의 ‘월드 서비스’를 청취하는 외국인은 매주 1억8000만 명에 이른다. 그러나 TV 채널 10개, 라디오 채널이 16개에 이르는 BBC의 대대적인 긴축 운영은 불가피한 대세라는 분위기다. 여론도 이미 공룡처럼 비대화된 BBC의 방만한 경영에 부정적이다.

지난해 10월 BBC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한 국제회의에 서로 다른 프로그램의 취재진을 무려 3팀이나 보낸 것에 대해 캐머런 총리는 “세금이나 시청료로 낸 국민의 돈이 마구잡이로 집행되는 좋은 예를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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