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줄기세포 이용한 인공기관지 이식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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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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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웨덴-美-英팀 발표

자신의 줄기세포로 만든 인공기관지를 환자 본인에게 이식하는 수술이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BBC방송 등이 7일 보도했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장기이식 연구의 획기적 진전으로 평가된다.

아프리카 에리트레아 출신 36세 남성은 기관지암 말기 판정을 받고 시한부 삶을 살았다. 그는 지난달 9일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코롤린스카대 병원에서 인공기관지 이식수술을 받은 뒤 건강을 회복했다. 이식수술을 주도한 파울로 마키아리니 박사는 “환자가 평균수명을 누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르면 곧 퇴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3자로부터 기증받은 장기를 전혀 활용하지 않고 100% 연구실에서 인공적으로 기관지를 만들어내 이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항암 치료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기관지 내 종양이 골프공 크기로 커져 호흡 자체가 어려워졌고, 다른 사람의 기관지를 구할 방법이 없자 의료진은 인공 기관지 이식을 결정했다.

이번 수술을 성공시키기 위해 스웨덴 영국 미국 등 3개국 의료진이 힘을 모았다. 영국 의료진은 환자의 기관지를 3차원 입체영상으로 촬영해 똑같은 크기와 모양의 기관지 틀을 만들었다. 소재는 부드럽고 유연한 플라스틱 고분자를 활용했다.

이를 건네받은 스웨덴 병원은 환자의 골수에서 추출한 줄기세포 용액 속에 기관지 틀을 이틀간 넣어두어 줄기세포가 틀의 내부와 외부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했다. 줄기세포 배양에는 미국에서 만든 생물반응기가 사용됐다. 기관지 내 종양을 제거하고 줄기세포 인공기관지로 이식하는 수술은 12시간 동안 이뤄졌다. 이식수술을 받은 환자에게 투여하는 강력한 약을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거부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마키아리니 박사는 “재생의학의 발전 덕분에 2∼7일 이내에 맞춤형 기관지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며 “장기 기증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지체 없이 기관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의료진은 이번 이식 수술에 대해 장기 기증자가 필요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줄기세포를 이용하기 때문에 생체 거부반응이 없고, 수일 내로 인공기관지를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마키아리니 박사는 “기형 기관지를 갖고 태어난 생후 9개월짜리 북한 어린이와 미국 환자 2명에게도 똑같은 방법으로 수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공기관지 이식에 사용된 줄기세포 기술이 식도나 방광처럼 간단한 구조를 가진 장기 이식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전문가들은 복잡한 장기인 콩팥과 심장 이식에 이 기술을 적용하려면 수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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