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지진 후폭풍’… 생산거점 해외이전 급증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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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재해 대비 위험 분산”
정부 “산업 공동화 우려”… 보조금지급 등 국내유치 부심

3·11 동일본 대지진 이후 생산거점을 해외로 옮기는 일본 기업이 계속 늘고 있다. 산업 공동화를 우려한 일본 정부는 국내에 공장을 짓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공장의 해외유출을 막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세계적인 광학유리업체인 호야는 대지진 이후 중국 산둥(山東) 성에 생산거점을 마련하기로 했다. 미쓰이금속은 재해에 대비해 일부 제품의 백업용 생산라인을 내년 4월까지 말레이시아에 신설하기로 했고, 세계 최대의 자동차용 컴퓨터 칩 생산업체인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는 대만과 싱가포르에서의 위탁생산을 늘리기로 했다. 후지쓰세미컨덕터도 일부 반도체 부품을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이러한 현상은 지진 등의 재해에 대비한 위험분산 차원이다. 일본 기업으로부터 부품을 공급받는 한국과 대만 등의 업체들이 대지진 이후 부품 조달에 차질이 생기자 일본 기업들에 “해외로 생산거점을 분산하지 않으면 거래를 계속하기 어렵다”며 해외이전을 압박하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22일 전했다.

원전사고로 인한 전력 부족도 기업의 해외이전을 부채질하고 있다. 정밀 소형모터를 생산하는 일본전산은 전력회사로부터 ‘15% 절전’을 요청받은 후 전력소비가 많은 실험설비를 해외로 옮기기로 했다.

경제산업성 조사에 따르면 일본 기업의 69%가 대지진으로 공장의 해외이전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에 따라 2009년 17.2%였던 일본 제조업의 해외 생산비율이 급격히 높아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대책이 늦어질 경우 일본 산업의 공동화 및 고급기술의 해외유출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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