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로 건물 주변은 방사선이 너무 세서 작업시간이 길어야 몇 시간이다. 3개월 내에 방사선을 줄이기 힘들다.”(30대 원전 작업원)
도쿄전력이 17일 발표한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안정화 로드맵에 회의론이 일고 있다. 로드맵의 첫 삽을 뜨기도 전에 현장 작업원과 전문가들은 “구체적 근거 없이 제시된 낙관적 예측일 뿐”이라며 일축하고 있다.
18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현장 작업원이 17일 1호기 내부로 통하는 이중문 앞에서 방사선량을 측정한 결과 시간당 270mSv(밀리시버트)가 측정됐다. 긴급 시 원전 작업원의 연간 피폭선량 허용치(250mSv)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같은 날 미국 아이로봇사의 원격조종 로봇이 1, 3호기 내부의 다른 장소에서 측정한 방사선량도 각각 최대 49mSv와 57mSv로 결코 낮지 않다. 3호기의 경우 4시간 반만 일하면 연간 허용치를 넘는 셈. 정상 운전 시 원자로 건물 내의 방사선량은 0.01mSv로 방사선량이 거의 검출되지 않아야 한다. 원자력안전보안원은 “작업원이 직접 투입되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방사선량을 낮춘 후 작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도쿄전력의 로드맵에 따르면 1, 3호기는 격납용기에 물을 가득 채워 3개월 내에, 2호기는 손상된 격납용기를 수리해 6∼9개월 내에 냉각 기능을 복원하게 돼 있다. 그러나 이 작업을 실행에 옮기려면 작업원이 건물 내로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현재는 방사선량이 너무 높아 로드맵의 첫 단추도 꿰기 힘든 상황이다.
1, 2, 3호기보다 작업 속도가 빠를 것으로 기대됐던 4호기에서는 18일 오전 건물 지하에서 연료봉 보관수조에서 유출된 것으로 보이는 방사능 오염수가 새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지난달 15일 수소폭발하면서 균열 손상을 입은 수조를 보강 공사하려던 계획도 지연될 수밖에 없게 됐다.
일본의 원전 전문가도 도쿄전력의 로드맵이 ‘급조된 시나리오’라며 부정적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고바야시 게이이치 전 교토대 원자로실험소 강사는 18일자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도쿄전력의 로드맵은 1, 3호기의 압력용기와 격납용기가 모두 이상이 없다는 게 전제되어야 하는데 방사능 오염수가 계속 새 나오고 있어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1호기의 수소폭발을 막기 위해 며칠째 질소를 주입해도 용기 내 압력이 올라가지 않는 것도 격납용기가 손상됐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것.
일본원자력기술협회의 이시카와 미치오 최고고문은 “도쿄전력의 이번 대책은 이런저런 내용을 한데 모은 백화점식 나열”이라며 “사고 이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준 도쿄전력이 계획대로 원자로 냉각을 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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