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피해 日열도 울린 사연 2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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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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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보내온 편지… 쓰나미로 숨지기 전에 쓴 엄마의 편지▼
진흙속서 찾아 초등교 졸업 딸에 전달

지난달 31일 미야기(宮城) 현 히가시마쓰시마(東松島) 시의 오마가리(大曲)초등학교. 졸업식을 마친 후 교실에 돌아온 오이카와 리나(及川莉奈·12) 양은 선생님에게서 편지 한 통을 건네받았다. ‘엄마가 리나에게’라고 적혀 있는 봉투엔 진흙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지진해일(쓰나미)로 목숨을 잃은 엄마(37)에게서 온 ‘마지막 편지’였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학교 측은 ‘졸업이벤트’로 ‘아들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학부모들에게 부탁했고, 졸업식 당일 학생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2월 말에 편지를 받아 교무실에 보관했다. 이후 쓰나미가 학교 건물을 덮쳤고 6학년생 78명 중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선생님들은 일주일간 필사적으로 뒤진 끝에 진흙탕 속에서 편지보관함을 찾아냈다.

“누구에게든 배려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다오.” 천국으로 간 엄마는 딸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편지지 석 장에 단정하게 쓰인 글씨에는 평소 정갈한 엄마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났다. 엄마는 “12년 전 아기가 배 속에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가족 모두에게 크나큰 기쁨이었다. 아빠는 며칠 머리를 싸맨 끝에 ‘리나’라는 이름을 지었다”며 “중학교에 진학해서도 열심히 공부하고 진지하게 앞날을 생각하거라. 네가 숙녀가 되고 어른으로 성장하는 동안 가족 모두 너를 도와가며 함께 힘을 모을게”라고 말했다.

“(엄마는) 리나의 웃는 얼굴과 말에 언제나 힘을 얻는단다. 고마워.” 엄마는 마지막으로 리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떠났다. 교실 뒤쪽에서 딸의 눈물을 지켜보는 아빠의 눈도 잔뜩 붉어졌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당신 얼굴 이리 고왔나”… 쓰나미 현장서 간신히 목숨 건진 80대▼
78세 아내 시신 16일만에 찾아내 눈물


“당신이 이토록 예쁜 얼굴이었구나….”

후쿠시마(福島) 현 미나미소마(南相馬) 시의 다카다 이치로(高田一郞·81) 씨는 싸늘한 주검이 된 아내(78)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오열했다.

대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이 잇따라 덮친 지난달 11일. 다카다 씨는 아내, 손자(26)와 함께 집에 있다가 엄청난 진동에 일단 밖으로 몸을 피했다. 먼발치 바다로 눈을 돌리자 큰 파도가 밀려오는 게 보였다. 손자는 곧바로 자동차에 시동을 걸었고, 재빨리 집 안으로 들어가 카메라를 챙겨온 다카다 씨는 차 안에 아내가 없다는 걸 알았다. 아내 또한 꼭 챙겨야 할 게 있다며 집으로 들어간 것. 그 순간 쓰나미가 차를 덮쳤고 200m 이상 휩쓸려갔다.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집 쪽을 보니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동네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현장에서 가까워 마음대로 들어갈 수도 없었다. “아내를 찾아야 하는데 들어가지도 못하게 하니….” 피난소에서 다카다 씨의 속은 바짝바짝 타들어갔다. 쓰나미가 덮친 후 16일 만인 27일 다카다 씨는 “그래도 가서 찾아야한다”며 마침내 현장에 들어갔고, 무너진 잔해 속에서 아내의 시신을 찾아냈다. 진흙탕 범벅이 된 아내의 얼굴을 맑은 물로 씻어내며 오열했다. “내 평생 이렇게 고운 얼굴은 본 적이 없어….”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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