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전쟁]‘친카다피’ 트리폴리 시민도 등돌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공습 공포에 정권불만 증폭… 서방언론에 ‘피로감’ 드러내

다국적군의 리비아 공습이 수도 트리폴리에 집중되면서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아성으로 꼽히는 트리폴리 주민들도 점차 정권에 대한 불만과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이 23일 보도했다.

정부군의 통제 아래에 있는 트리폴리에선 인터넷이 차단되고 친위대와 경찰이 거리 곳곳에 배치돼 반정부 움직임을 철저히 감시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들의 눈길을 피해 익명을 전제로 서방 언론의 인터뷰에 응하며 카다피에 대한 불만과 피로감을 드러내고 있다.

WSJ는 트리폴리 시민들의 여론이 △순수하게 카다피를 지지하는 세력 △카다피의 퇴진이 몰고 올 정국 불안을 우려해 어쩔 수 없이 카다피를 인정하는 세력 △서방 공습으로 정권의 힘이 약해지길 원하는 반정부 세력 등으로 세분된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또 트리폴리에 대한 다국적군의 잇단 공습으로 시민들이 공포와 두려움에 질려 있다면서 이 같은 사태를 야기한 책임이 카다피 정권에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는 ‘카다피가 물러나야 한다’고 용감하게 주장하기도 한다. 지난달 트리폴리에서 열렸던 반정부 시위에 참가했다는 한 주민은 “서방 공습의 지원을 받아 반(反)카다피군이 서쪽으로 진격한다면 트리폴리 시민도 다시 한 번 봉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도 이날 “다국적군의 공습이 트리폴리 시민들에게 심리적 충격을 준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일부 시민들은 정부 보안요원의 감시를 피해 외신기자들을 환대하면서 정권에 대한 초조한 감정을 털어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민들의 이런 태도는 “트리폴리 시민들이 서방의 공습에 무척 분노하고 있다”는 정부의 발표와 맞지 않는 현상이라고 이 신문은 설명했다. 또 많은 시민들은 “트리폴리에서 최근 수차례 열렸던 카다피 지지 집회는 진짜 리비아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며 “정권의 감시 때문에 사람들이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고 털어놨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