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원자로 폭발에 따른 ‘방사능 공포’가 날로 확산되는 가운데 세계 각국이 일본 거주 자국민들을 서둘러 대피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대사관까지 옮기고 있다.
크로아티아는 16일 대사관을 도쿄에서 오사카로 옮기는 조치를 단행했다. 주일 독일대사관은 일부 직원을 오사카 총영사관으로 이동시켰다. 러시아 외교부도 대사관 가족들과 영사관, 기업 및 정부기관 고용원들을 18일부터 도쿄에서 철수시킨다고 발표했다. 영국 정부는 전세기를 이용해 자국민들을 홍콩으로 철수시키고 있다. 특히 지진해일(쓰나미)로 직접적인 피해를 본 자국민에겐 항공료를 부담시키지 않기로 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프랑스 스위스 세르비아 호주 등도 도쿄 북쪽지역에 거주하는 자국민들에게 철수와 일본 여행 자제를 권고했다.
중국 정부는 15일부터 전세버스 수십 대를 동원해 지진 피해 지역의 자국민 3000여 명을 도쿄 나리타공항과 서부 해안의 니가타공항으로 대피시킨 데 이어 대사관 직원 및 가족 철수도 검토하기 시작했다. 필리핀 정부도 자국민들에게 철수를 독려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탈출 러시가 이어지자 신중한 입장을 보이던 미국 정부도 17일 태도를 바꾸었다. 전날까지만 해도 자국민들에게 후쿠시마 원전에서 80km 떨어진 곳으로 피신할 것을 권고했던 미국은 17일부터는 전세기를 보내 자국민의 철수를 도울 방침이다.
한국 외교통상부는 교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원칙은 확고하지만 방사능 피해 확산과 관련한 과학적, 객관적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라 아직까지 교민 철수는 상황을 더 지켜본 뒤 결정한다는 견해다.
아사히신문은 17일 후쿠시마 원전에서 400km 떨어진 시즈오카 하마오카 원자력발전소에서도 세슘134 등 5종류의 방사성 물질이 미량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하마오카 원전을 운영하는 주부(中部)전력이 전날 “하마오카 원전은 안정되게 돌아가고 있다. 주변 방사능 수치도 변동이 없다”고 밝혔기 때문에 이날 검출된 방사성 물질은 후쿠시마 원전에서 날아왔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방사능 오염에 따른 직접 피해보다는 일본인들의 공포와 불안이 빚는 정신 건강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섬, 1986년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 피해자들을 연구해 온 미국 스토니브룩대 에벌린 브로멧 의학박사는 16일 CNN방송 인터뷰에서 “원전 사고 피해자들이 겪는 정신적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며 “건강에 해가 되지 않는 소량의 방사성 물질에 노출됐다 하더라도 너무 두려워하는 바람에 공포와 장기적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에 시달린다. 일본인들도 (그럴까 봐)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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