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핵재앙’ 현실화…추가 여진 공포…공포 휩싸인 열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5일 16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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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격납용기 손상, 방사선 물질 급속 확산
공식 사망.실종자 6천명 넘어..교통.전력난 등 고통가중
증시 폭락..천문학적 복구비용 예상속 낙관론도

대지진과 쓰나미가 강타한 일본에서 '핵 재앙'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폭발사고가 사흘째 이어지고 있고, 특히 2호기에서는 폭발사고로 인해 격납용기가 손상되면서 지난 1986년 구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악몽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욱이 원전 폭발로 유출된 방사성 물질이 북풍을 타고 수도 도쿄를 비롯한 전국 각지로 확산되면서 강진 이후에도 비교적 침착을 유지하던 일본인들도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다.

공식 확인된 사망. 실종자만 6000명이 넘어선 가운데 일본 자위대 병력과 외국에서 급파된 긴급 지원팀이 나서 수색과 구조작업을 본격화하고 있으나 교통, 통신이 두절된 지역이 많아 난항을 겪고 있다.

●방사능 공포 급속 확산=후쿠시마 제1원전 2호기에 있는 원자로 격납용기의 압력억제실 설비 부근에서 15일 오전 폭발음이 발생, 이 설비가 손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제산업성 원자력안전보안원이 밝혔다.

격납용기는 원전에서 사고가 났을 때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새나가지 못하도록 봉쇄하는 역할을 하는 설비로, 손상이 발견됐다는 것은 방사성 물질이 유출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실제 이날 제1원전 정문에서는 일반인의 연간 피폭한도의 8배에 달하는 시간당 8217마이크로시버트의 방사선량이 검출됐다고 NHK방송 등이 보도했다.

또 후쿠시마현 남쪽 이바라키 현에서도 통상검출치의 최대 100배가 넘는 방사선량이 측정됐으며, 가나가와 현과 도치기 현, 치바 현 등에서도 정상수치를 훨씬 넘는 방사선이 검출됐다.

수도 도쿄에서도 이날 요오드와 세슘 등 방사선 물질이 측정됐으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관련이 있는 것인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 주재 프랑스대사관은 현지 자국민에게 주의를 촉구했다.

이와 함께 지난 11일 강진 당시 정기점검 중이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평가되던 후쿠시마 제1원전 4호기 건물에서도 이날 수소폭발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여진, 쓰나미 공포 여전=이날 강력한 여진이나 추가 쓰나미는 없었으나 `폭풍전야'의 공포는 계속되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자료에 따르면 이날 자정부터 오후 4시까지 혼슈 동부해안에서 규모 5.0이상의 지진이 모두 13차례 관측됐으나 이로 인한 피해 보고나 쓰나미 경보발령은 없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는 동북부 지역에서 대규모 지진이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러시아 해양지질학.지구물리학 연구소의 이반 티호노프 박사는 "지난 11일 규모9.0의 지진이 발생한 이후 하루 동안 규모 5~7의 여진이 170여 차례나 발생했지만 규모 7.2 이상의 강력한 여진은 없었다"면서 "이는 이례적 현상으로, 규모 8.0 이상의 강력한 지진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지진으로 인한 지반침하도 보고됐다. 산케이신문은 국토지리원의 위성항법시스템(GPS) 분석 결과를 인용, "쓰나미 피해를 입은 동북지방 태평양 연안에서 지반 침하가 계속 일어나고 있다"며 미나미산리쿠초 시쓰카와에서 지반이 수평방향으로 4.42m 이동했고, 75.27㎝ 침하했다"고 전했다.

●사망. 실종자 6000명 넘어…수색 본격화=경시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현재공식 확인된 사망. 실종자는 각 2478명과 3611명으로 집계됐다. 실종자는 1만7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이는 일본 정부 당국과 경찰이 현장 확인을 통해 파악한 수치로, 상당수 피해지역에 대한 정밀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실제 희생자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의 긴급구조대가 이날 오전 일찍부터 미야기 현 센다이 시에서 실종자 구조작업을 개시하는 등 각국에서 긴급투입한 지원팀의 구조.수색작업이 본격화됐다.

최근 영유권 분쟁으로 일본과 불편한 관계에 있었던 러시아와 중국의 구조팀도 이날 각각 센다이와 이와테 현 오후나토 시에서 구조활동에 나섰다고 이타르타스통신과 신화통신이 전했다.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이번 강진 피해와 관련해 원조 의사를 전달한 국가는 91개국이며, 수색.구조와 의료팀을 중심으로 15개국으로부터 원조를 받았다고 밝혔다.

●단전, 단수 고통 가중=일본 정부에 따르면 이날 현재 130만가구에 전력공급이 중단된 상태이며 140만가구는 수도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전날 도쿄전력이 수도권 지역에서 제한 송전을 실시한다고 밝힌데 이어 이날 도호쿠전력도 제한송전 방침을 밝혀 북동부지역에서는 다음달까지 전력공급이 정상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임시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는 주민만 31만명이 넘는 가운데 이들은 연료부족으로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 추위를 호소하고 있으며, 특히 기상청이 이날 오후 동북부 지역에 눈 또는 피가 예상된다고 밝혀 피란주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지진이 강타한 일부 지역에서는 생필품 사재기로 인해 슈퍼마켓에 물건이 동나고 주유소에서 기름이 바닥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경제 초토화…증시폭락=이날 도쿄증시에서 닛케이 평균주가지수는 전날에 비해 1015.34포인트(10.55%) 급락한 8605.15포인트에 마감했다.

이날 하락폭은 역대 3번째이며 1000포인트 이상 떨어진 것은 2008년 10월16일 이후 처음이다. 한때 1400포인트까지 수직 하락했던 증시는 막판 추락세가 완화됐으나 사실상 패닉 상태에 빠졌다.

미쓰비시UFJ증권과 사라신은행은 이날 강진에 따른 피해 복구비용이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5%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와 관련,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이 1995년 고베 지진에 따른 위기를 잘 극복했지만 지금은 경제상황이 다르다며 충격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보도했으나 노무라 증권은 1분기와 2분기에는 성장이 위축되지만 3분기에는 다시 회복될 것으로 낙관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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