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軍, 시위 진압위해 바레인 진입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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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시위가 다시 격화되고 있는 바레인에 14일 사우디아라비아군이 전격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의 반정부 민주화 시위가 시작된 이후 다른 나라 군대가 동맹국의 시위 진압을 위해 투입된 것은 처음이다.

사우디군 1000여 명은 이날 걸프협력회의방위군(GPSF)의 일원으로 바레인에 들어갔다고 사우디 관리가 밝혔다. 이 관리는 “이번 군사적 개입은 바레인 정부가 야당에 대화를 거듭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거부되자 사우디에 군사 지원을 요청한 데 따라 이뤄진 것”이라며 “걸프군은 규정에 의해 주둔국(바레인)의 지휘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바레인에는 걸프 지역을 관할하는 미 해군의 5함대가 주둔하고 있다. 걸프군은 사우디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오만 바레인 등 걸프협력회의 6개 회원국의 병력 1만 명으로 구성된 공동방위군으로 주로 이라크와 사우디, 쿠웨이트 국경에 주둔하고 있다.

앞서 영국 일간 가디언은 14일 바레인의 알칼리파 왕세자가 수니파 종주국 격인 사우디에 군대 지원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바레인은 인구의 70%가 시아파이지만 권력은 수니파가 쥐고 있다.

한편 예멘에 이어 바레인에서도 정부군이 시위대에 독가스를 살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3일 바레인 수도 마나마의 금융 중심지 파이낸셜하버센터 인근에서 시아파 수천 명이 수니파의 권력 독점과 시아파 차별 정책 철폐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다 경찰의 무력 진압으로 200여 명이 부상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독가스로 추정되는 물질로 인한 폐와 기관지의 심각한 고통을 호소했다. 시아파 시위대는 14일에도 일부 도로를 점거한 채 경찰과 대치하며 수니파 왕정 퇴진을 촉구했다. 시위가 격화되자 친정부 의회는 3개월간 비상계엄령을 발동하는 방안을 국왕에게 건의했다.

예멘의 제2도시 아덴에서는 13일 경찰이 32년째 통치 중인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를 향해 발포해 적어도 3명이 숨지고 4명이 중상을 입었다. 수도 사나의 사나대에서 열린 시위에서도 경찰이 군중을 향해 발포해 10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이 가운데 20여 명은 경찰이 발사한 신경계와 호흡계를 마비시키는 독성 가스 추정 물질로 고통을 호소했다. 14일에는 예멘의 파업 노동자들과 대학교수들, 일부 부족장들이 시위대를 지지하고 나섰다. 앞서 12일에는 사나와 아덴에서 시위를 하던 시민이 2명씩 숨졌고 남동부 무칼라에서는 12세 소년이 경찰 실탄에 맞아 사망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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