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관타나모 군사재판 재개” 지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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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법정 재판’은 일단 보류… 인권단체 “불법성 묵인” 반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7일 테러 용의자 포로수용소인 쿠바 관타나모 기지에서 군사재판을 다시 여는 것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1월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1년 내 관타나모 수용소 폐지’를 약속하면서 중단됐던 관타나모 군사재판이 2년 2개월여 만에 다시 열리게 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테러리스트들을 정의의 심판대에 세우기 위한 역량을 확대하고 수감자에게 인간적 대우를 보장하기 위한 몇 가지 조치를 발표한다”며 재판 동결 조치를 해제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수감자들이 군사법정이 아닌 민간법정에서 재판받을 권리도 일단 보류했다. 하지만 무기수감자들에 대해서는 수용돼 있는 이유를 정기적으로 재조사하겠다고 약속했다.

백악관 당국자는 “관타나모 재판이 다시 열리겠지만 일부 수감자의 경우 연방 민간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것을 허용하겠다는 약속은 여전하며 공약인 관타나모 수용소에 대한 궁극적 폐쇄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번 군사재판 재개 조치로 2000년 10월 미 해군 구축함 ‘콜’호 테러 용의자로 붙잡힌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압드 알라힘 알나시리 사건이 3월 중 군사위원회 법정에 다시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성명 발표에 대해 미국 내 인권단체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관타나모 수용소의 불법성을 묵인하고 법치의 원칙을 따르는 것을 보류하겠다는 태도를 보인 것”이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공화당은 “테러의 위협에서 미국을 지키기 위한 올바른 조치”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후 67명의 관타나모 수감자를 제3국으로 이송했으며 현재는 172명이 수용돼 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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