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규모 6.3 강진… 교민이 전해온 현지상황

  • Array
  • 입력 2011년 2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점심시간 ‘꽝’… 도심 교민식당가 사상자 우려”

“갑작스럽게 ‘꽝’ 소리가 나며 모든 게 무너져 내렸다.”

뉴질랜드 탁구팀 감독으로 크라이스트처치에 머무르고 있는 한종읍 씨(43)는 이곳에 리히터 규모 6.3의 강진이 발생한 직후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 씨는 “시내 복구와 구조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3일에는 더 많은 사상자가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점심시간에 강진이 발생하는 바람에 무너진 건물에 깔린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현지 교민들은 “지진 당시 도심의 교민식당 사무실 등에 한국 사람이 많이 있었을 것”이라며 한인 피해가 많을 것을 걱정했다. 크라이스트처치에 사는 한 교민은 “가장 피해가 극심한 도심에 한국음식점 대부분이 몰려 있고 교민이 운영하는 미용실 옷가게 등도 상당수 있다”며 “현재 시내로 들어가는 길은 모두 차량 진입이 통제돼 있고 도심 한가운데는 아예 사람도 들어가지 못해 피해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이날 강진으로 한국인 관광객 4명이 고층빌딩 안에 고립됐다가 이 중 2명이 구조됐다. 고립된 2명은 지인을 통해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 “위험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알려왔다. 크라이스트처치에는 교민 약 4000명이 살고 있다. 외교부는 한국인 관광객 수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교민들이 모여 살고 있는 마을은 진앙에서 거리가 있어 피해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진은 크라이스트처치 도심 동남쪽에서 발생한 반면 교민 마을은 도심에서 서쪽으로 10km가량 떨어져 있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순복음교회 조상호 목사(50)는 “현재까지 우리 교회에 다니는 교민 300여 명은 비교적 안전하게 지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한인 밀집지역에 있는 크라이스트처치 한국학교 황선하 교장(67)도 “학생 120명과 가족 모두 무사하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한국대사관은 “현재까지(현지 시간 23일 오전 1시경) 교민 인명 피해가 접수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크라이스트처치에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와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있었지만 큰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극지연구소에 따르면 지진 발생 당시 아라온호와 관련 인력 75명이 체류 중이었다. 70명은 아라온호에 타고 있어 지진 여파를 받지 않았다. 5명은 호텔에 있었지만 안전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전기끊긴 암흑도시… 시민들 부슬비 맞으며 구조 안간힘 ▼
크라이스트처치 표정


22일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지진이 발생하자 뉴질랜드 정부는 즉각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통신망이 두절된 데다 도로 곳곳이 파괴돼 피해 실태를 파악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저녁 해가 지면서 전기 공급이 중단된 도시는 암흑에 묻혔다. 설상가상으로 여진을 우려해 건물 밖으로 나온 사람들의 머리 위로 부슬비까지 내렸다. 어둠 속에서도 일부 시민은 무너진 건물에서 피를 흘리며 빠져나오는 생존자들을 차량을 이용해 병원으로 이송했다.

긴급 출동한 소방대원들과 자원봉사에 나선 시민들은 무너진 건물을 파헤치며 필사의 구조작업을 펼쳤다. 건물 잔해 속에서 발굴된 시신들에는 온기가 남아 있었다. 거리에는 소방차와 구급차의 사이렌이 어지럽게 울렸다. 재난당국은 100명 이상이 건물 잔해에 묻혀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길을 지나던 버스 2대도 붕괴되는 건물의 잔해에 깔려 승객 중 일부가 숨졌다. 인도와 차도는 곳곳이 균열되고 뒤틀렸다. 곳곳에서 발생한 화재로 회색 연기 기둥이 피어올랐고, 상하수도 파이프가 터지면서 일부 거리는 물바다가 됐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크라이스트 처치는 남섬 최대도시… 한국인 조기유학지로 인기

인구 37만6700명(2010년 기준)으로 뉴질랜드에서 오클랜드에 이어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다. 영국국교회 신도가 1840년에 세운 이 도시는 공원이 많아 ‘정원 도시(The Garden City)’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도시의 상징인 크라이스트처치 대성당 광장을 중심으로 도심에 상가와 주거지가 밀집돼 있다.

현재 이곳에는 4000여 명의 한국 교민과 유학생이 살고 있다. 영어권 국가이면서 자연환경이 뛰어나고 다른 지역에 비해 안전한 도시라는 장점 덕분에 인기 있는 조기유학지로 꼽힌다.

또 오클랜드보다 한국인이 적고 기초 생활비가 싸서 한국 어학연수자나 유학생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초반부터 외국인 유학생이 늘어나기 시작했으며 캔터베리대 공대와 링컨대 농대가 유명하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