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9·11 이후 처음 국방비 대폭 삭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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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총 780억달러 절감… 육군-해병 병력도 6% 감축

미국이 2001년 9·11테러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국방비 삭감에 나선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6일 국방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백악관의 직접 지시에 따라 향후 5년 동안 총 780억 달러에 이르는 경비절감에 나설 것”이라며 “연방적자 누적에 따른 재정긴축이라는 현실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냉전 이후 예산절감의 성역처럼 여겨졌던 펜타곤이 냉혹한 현실에 직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하원 다수당을 차지한 공화당이 대대적인 예산삭감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국방부가 확정한 향후 5년간 예산안에 따르면 2012년 예산안은 5530억 달러(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전쟁 비용은 제외)로 실질 증가분이 있지만 2013∼2014년에는 증가율이 떨어지고 2015∼2016년에는 물가상승분을 반영하지 않은 채 동결된다. 또 육군과 해군의 병력 감축도 예상되며 이 계획이 현실화된다면 미군 병력 규모는 9·11테러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게 된다.

게이츠 장관은 병력 축소 규모가 육군과 해군 전체의 약 6%인 4만7000명(육군 2만7000명, 해군 2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예산동결은 그렇다 치더라도 병력을 대폭 줄이고 해외주둔 미군기지를 줄이는 조치를 단행하는 것은 좋게 평가해도 위험천만한 것이며 자칫하면 국방력 저하라는 참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국방부는 또 신형 상륙용장갑차(EFV) 도입 계획을 취소하고 F-35기 구입을 연기하는 등 무기체계 보강 비용을 줄여 40억 달러를 절감키로 했다. 록히드마틴의 F-35 전투기의 경우 시험 과정에서 발견된 결함으로 인해 2년간 구입이 유예되는 것이라고 게이츠 장관은 설명했다. 게이츠 장관은 록히드마틴이 2년 내에 문제점을 개선하지 못할 경우 국방부는 도입 계획 자체를 취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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