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긴축 반대 학생시위 확산… 로마 도심 마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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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40만명 넘게 동참”… 교육개혁안은 하원 통과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서 학생 수천 명이 정부 교육개혁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여 도심이 마비됐다고 AP통신이 1일 보도했다.

하원에서 교육개혁안이 통과되기 전인 지난달 30일 오전부터 시작된 시위는 로마 사피엔차대를 비롯해 토리노, 팔레르모, 밀라노, 피사, 베네치아 등 다른 도시로까지 번졌다. 이탈리아 학생연합(UDS)은 “40만 명 이상의 학생이 이탈리아 전역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지 외신들은 이날 시위가 지난 수십 년 이래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지난주부터 개혁안에 반대하는 학생들은 베네치아 산마르코 성당 꼭대기와 로마 시내 원형경기장, 피사의 사탑 등 유명 관광지를 기습 점거하는 시위를 벌여 왔다.

이날 시위로 도심 내 주요 도로와 기차역 및 선로 등이 마비돼 극심한 교통난이 발생했다. AP에 따르면 평소 보행자에게만 통행이 허용됐던 트레비 분수 주위로 차들이 진입해 관광객이 혼란을 겪었다. 과격해진 학생들은 연막탄 계란 토마토 쓰레기 등을 도심 내 건물과 경찰을 향해 던지기도 했다.

전날 의회에 제출된 교육개혁안은 2013년까지 약 90억 유로에 달하는 교육예산과 교육 관련 일자리 삭감, 연구 기간 제한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비판자들은 내년부터 대학교수가 대거 퇴임하는 시기와 맞물리며 대학가에 큰 혼란이 초래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300명의 교수가 소속된 한 노동조합의 관계자는 “이 개혁안으로 대학의 존재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며 “대학이 처한 진짜 문제를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학생들은 ‘그들은 우리의 미래를 막았다. 그래서 우리도 도시를 봉쇄한다’고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며 “공립대학의 붕괴를 막기 위해 시위를 벌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규모 시위에도 이탈리아 하원은 이날 개혁안을 찬성 307표(반대 252표)로 통과시켰으며 상원은 개혁안을 다음 주 처리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영국 런던 트래펄가 광장에서도 수백 명의 학생이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였다. 또 서남부 브리스틀과 콜체스터, 북부 셰필드, 리버풀 등 전국적으로 수천 명의 대학생이 캠퍼스를 행진했으며 곳곳에서 자치단체 의회를 점거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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