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벌써 정권 말기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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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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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방장관 문책결의안 통과로 정국경색
각료 잇단 실언에 지지율 20%대로 추락

일본의 간 나오토(菅直人·사진) 내각에 정권 말기에나 있음 직한 현상이 속출하면서 급격히 무기력증에 빠져들고 있다. 정치권 일부에선 내년 중의원 해산 가능성에 대비해 조심스럽게 선거 준비에 나선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간 총리의 영이 설 리 만무하다. 자민당의 아소 다로(麻生太郞) 정권과 민주당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정권의 후반기와 흡사하다는 지적이 많다. 간 총리의 얼굴에선 웃음기가 사라졌다.

‘정권 2인자’로 불리는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관방장관에 대한 참의원 문책결의안 통과가 결정적이었다. 참의원을 장악한 야당이 센고쿠 장관과는 상대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굳혀 간 총리가 정국을 풀어갈 길이 막막해졌다. 문책결의안은 한국의 국회 해임건의안처럼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정치적 파장은 크다. 간 내각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 야당의 초당적 협력 약속을 이끌어내면서 한숨 돌리는 듯했으나 야당은 북한 비난 결의안을 통과시키자마자 ‘북한 문제 따로, 정국 따로’ 방침을 들고 나왔다.

간 총리에겐 운도 따르지 않았다. 9월 민주당 대표경선에서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에게 승리한 후 지지율 70%를 넘어서는 등 상승세를 탔지만 시기적으로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분쟁과 겹쳤다. ‘외교 문외한’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간 총리는 중국 러시아와의 영유권 분쟁에 미숙하게 대처해 점수를 크게 까먹었다.

각료들의 실언이 잇따라 터지는 것도 좋지 않은 징조다. 정권 내부의 긴장감이 떨어지고 총리의 내각 통솔력이 약해졌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11월 18일엔 관방장관과 방위상, 법무상 등 5명의 각료가 국회에서 자신들의 발언에 각각 사죄하며 고개를 숙이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무엇보다 정권 말기 현상을 계량적으로 보여주는 건 20%대로 추락한 내각 지지율이다. 주요 언론의 11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은 지난달의 거의 반 토막인 20%대 중반을 기록했다. 일본에선 전통적으로 ‘지지율 20%=정권의 무덤’이라고 할 만큼 이는 정권 운영에 위험수치다.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지지율이 20%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역대 정권에선 총리 교체론이나 중의원 해산설이 흘러나왔다.

간 총리의 최대 정적인 오자와 전 간사장이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 그는 최근 직계 의원들에게 “내년에 총선이 있을지 모르니 대비하라”고 지시한 데 이어 29일엔 가까운 의원들을 만나 “내년 초 지방선거 패배를 우려한 민주당 지방의원들의 반란으로 정권이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여야 정치권에는 간 총리가 정국 난맥상을 빨리 수습하지 못하면 내년 초쯤 총리교체론이나 해산설이 무성해질 것이란 얘기가 많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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