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종이책 구워주기’ 아이패드 신풍속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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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받고 책 디지털복사 대행… 출판계 “불법 복제” 반발

‘종이책 한 권을 100엔에 구워드립니다.’

일본의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최근 이 같은 문구의 배너 광고가 우후죽순 격으로 늘고 있다. 종이로 된 책을 디지털도서로 바꿔주는 신종 서비스로 휴대용 태블릿 PC인 애플 아이패드 사용이 늘면서 나타난 신풍속이다. 일본의 오프라인 출판업계는 디지털도서 제작 서비스가 불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콘텐츠 생산에 게으른 오프라인업체의 ‘시대착오적 딴죽’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지스이(自炊).’ 최근 일본의 아이패드 사용자 사이에서 유행하는 신조어다. 스스로 밥을 짓듯이 개인이 서점에서 구입한 책을 스캐너로 복사해 손수 디지털서적으로 만든다는 의미다. 읽고 싶은 책이나 잡지를 일일이 들고 다니기 번거로운 만큼 디지털도서로 만들어 아이패드에 저장하면 어디서든 손쉽게 펴 볼 수 있다. 일본 정보기술(IT) 관련 조사회사인 ‘매크로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아이패드 구입자의 20% 이상이 지스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직접 복사하려면 한 쪽씩 일일이 스캐너로 복사해야 하는 데다 시간도 만만치 않게 걸린다.

일본 인터넷서비스업체들은 이 틈새를 파고들었다. 번거로운 수작업을 대행해주면서 권당(350쪽 기준) 100엔이라는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고 나온 것. 읽고 싶은 책이나 잡지를 사서 맡기기만 하면 하루 이틀에 전자서적으로 받을 수 있어 이용자도 급증하고 있다. 도쿄 시내 대행업체의 경우 하루에 200권 이상의 제작 주문이 들어올 정도다.

이에 따라 일본작가협회나 출판사들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적인 복제는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지만 전문업체가 영리를 목적으로 책을 대신 구워주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출판업계는 디지털 콘텐츠의 특성상 디지털 복제본이 인터넷에서 무한 유통될 수 있다는 점에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일본의 인기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인기 소설 중국어판 번역본이 전자 복제돼 불법 유통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대행업체들은 “전자복제 대행은 고객의 수고를 덜어주는 서비스이고 스캐닝을 하면서 한 장씩 뜯어낸 종이책은 그대로 버린다”며 출판업계의 불법 주장을 일축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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