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매몰 광원 33명 생존 제1원칙 “화장실부터 확보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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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화장실부터 크게 파놓을 것.”

매몰 17일 만에 기적적으로 생존 사실이 확인된 칠레 광원 33명에게 가장 먼저 내려진 지시는 화장실 확보였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26일 보도했다. 광원들의 생존사실이 알려진 지 이날로 닷새째를 맞는 가운데 매몰 광원들을 구출하는 작업은 전 세계 언론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광원들이 있는 지하 688m 지점까지 지름 66cm의 탈출용 통로를 파기 위한 드릴링 작업이 24시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하루 작업량이 한정돼 있어 구출에 최소 4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때문에 그동안 광원들을 밀폐된 공간에서 안전하게 머물게 하기 위해 각종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깨끗한 화장실은 질병 없이 오랫동안 지하에서 버티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다.

또 폐쇄된 환경 속에서 장기간 지내야 하는 광원들이 정신적 안정을 유지하는 일도 중요하다. 현재 3명의 광원이 우울증 초기 증세를 보이고 있지만 대다수는 자신들에게 쏠린 전 국민의 관심을 의식해 지하에서 애국가를 합창하고 국기를 보내줄 것을 요청하는 등 건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외신은 전한다.

구조팀은 광원들에게 카드, 비디오게임기, 책 등을 내려 보내주는 한편 미 항공우주국(NASA)에도 도움을 요청했다. 매몰 광원들의 상황이 국제우주정거장(ISS) 체류 우주인들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이와 관련된 방대한 연구 데이터들을 갖고 있는 NASA의 역량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NASA도 전문가들을 파견해 심리 분석과 영양식 제공 문제를 도울 예정이다. 광원들에게 전달된 첫 번째 음식은 초콜릿, 비타민, 단백질이 포함된 바닐라맛 수프였다고 한다.

광원들의 체중관리도 큰 관심사항. 미국 CNN방송은 “현재 33명 중 9명이 과체중으로 지름 66cm의 탈출통로를 통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과체중자들은 구조작업이 시작되기 전까지 대략 8kg의 체중을 감량해야 한다”고 26일 보도했다.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 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이 잘 동안 다른 그룹은 오락을 해야 한다는 지시도 내려졌다. 한편 CNN은 매몰 광원들이 성모 마리아 및 예수 그리스도 조각상부터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현재 광원들에게는 크리스마스까지 구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전달된 상황이다. 광원들은 구출에 4개월 정도가 걸릴 것이라는 사실을 전달받고도 비교적 담담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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