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블레어, 이라크전 재활군인에 84억원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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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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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참전 결정’ 면죄부 사나” 역풍

이라크전쟁과 아프가니스탄전쟁에 영국의 참전을 이끌었던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거액의 회고록 수익금을 재활군인을 돕는 성금으로 내놓았다. 그러나 희생 군인 유족들은 “돈으로 용서를 구할 수는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영국 언론들이 17일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블레어 전 총리가 다음 달 1일 발간될 예정인 자신의 회고록 ‘여정(Journey·사진)’의 선금과 인세 460만 파운드(약 84억7000만 원)를 영국재향군인회가 이끄는 상이군인 재활 프로젝트에 기부한다”고 전했다. 재향군인회는 “블레어 전 총리의 기부금은 2012년 여름부터 운영될 재활 프로젝트에 요긴하게 쓰일 예정”이라며 “그의 관대함이 영국군의 소중한 희생을 기리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하지만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영국의 참전을 결정했던 당사자인 총리의 기부는 더 큰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반전단체인 ‘전쟁 결탁 반대’는 성명을 내고 “블레어 전 총리의 부패한 돈이 아무리 많아도 그의 무죄나 유족의 용서를 살 순 없다”고 강조했다. 이라크전쟁으로 아들을 잃은 피터 브리얼리 씨도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기부가 그를 법정에 세워 단죄하는 일을 막을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시민단체와 유족들은 회고록 발매 당일에 대규모 반대시위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레어 전 총리는 1997년 총선에서 승리해 집권한 뒤 미국이 주도한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전쟁에 참전을 결정했으며, 시에라리온과 코소보 등지에서 벌어진 군사작전에도 영국군을 투입했다. 영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영국군은 이라크전쟁에서 179명이 목숨을 잃었고, 아프가니스탄전쟁에선 331명이 희생됐다. 블레어 전 총리는 최근 영국 정부 이라크전쟁조사위원회에 출석해 “무고한 인명의 희생을 원하진 않았지만 전쟁 참전은 합당한 명분에 따라 정당하게 결정된 것”이라고 답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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