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유부남-처녀 커플 투석 사형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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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친척도 돌 던져… 국제인권단체들 경악

아프가니스탄 북부 쿤두즈 지역에 사는 유부남 카얌 씨(25)는 19세의 여성 시디카 씨와 함께 몰래 마을을 떠났다. 남자 쪽 가족도 그들의 관계를 반대했고 시디카 씨에게도 약혼자가 따로 있었지만 그녀는 약혼자와 결혼할 마음이 없었다. 며칠 뒤 두 사람은 가족들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결혼을 허락할 테니 다시 마을로 돌아오라”는 것이었다.

기쁜 마음으로 고향에 돌아갔지만 이들을 기다린 건 가족들의 따뜻한 포옹이 아닌 무시무시한 탈레반 조직원들이었다. 탈레반은 이슬람 율법학자들을 모아놓고 ‘간통죄’로 종교재판을 연 뒤 두 사람에게 투석(投石) 사형을 선고했다. 200명의 마을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들은 차례로 돌에 맞아 쓰러져 죽었다.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들은 17일 탈레반의 전복 이후 9년 만에 처음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15일 공개 투석형이 집행됐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두 남녀는 재판 마지막에 간통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무슨 일이 있어도 서로 사랑할 것’이라고 반항했다”며 “사형 집행에는 마을 사람을 비롯해 커플의 가족과 친척도 참여했다”고 전했다.

투석형 집행이 알려지자 아프간 정부를 비롯해 국제 인권단체들은 즉각 ‘경악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프간 정부는 “이번 사건은 인권과 국제사회 규약에 반하는 잔인한 행위”라며 탈레반을 비난했다. 그러나 탈레반 대변인은 “사건을 전해 들었다”고 확인한 뒤 “우리는 이런 범죄(간통)가 생기면 이슬람 율법에 따라 집행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탈레반의 이슬람 사회에 대한 극단적이고 잔인한 대응은 여러 차례 있었다. 탈레반은 8일에는 한 남자의 아이를 밴 41세의 과부에게 간통 혐의를 적용한 뒤 200대의 매질을 가하고 총살했다.

AP통신은 “이 같은 사건들 때문에 최근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의 평화협상 시도가 오히려 이 나라의 인권 후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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