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단 특수 잡아라”… 佛, 할랄음식 마케팅 후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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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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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럽 국가 중 이슬람 인구가 가장 많은 프랑스에서 ‘할랄’ 음식 마케팅이 뜨겁다. 할랄 음식이란 돼지고기나 알코올 성분이 없는 음식이며 고기 중에서도 ‘신의 이름으로’라는 주문을 외운 뒤 날카로운 칼로 정맥을 끊어 도살한 것만 가리킨다.

할랄 음식 마케팅이 뜨거운 이유는 16억 무슬림의 금식 성월(聖月)인 라마단이 10일 시작됐기 때문. 프랑스에는 약 500만 명의 무슬림이 살고 있다. 할랄 업체들이 일출에서 일몰까지 의무적으로 금식을 해야 하는 라마단을 겨냥해 마케팅을 집중하는 이유는 무슬림들이 금식이 끝나는 저녁에는 한자리에 모여 이슬람 음식으로 진수성찬을 즐기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대형 할랄 음식업체인 이슬라 델리스는 10일부터 전국에 새로운 광고 포스터를 선보였다. 포스터는 낮에는 텅 비어 있는 식탁, 밤에는 군침이 도는 이슬람 전통 음식이 가득한 식탁을 번갈아가며 보여준다. 이 회사는 캠페인에만 30만 유로(약 4억6200만 원)를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프랑스 최대 닭고기 생산업체인 LDC 계열사인 레그할랄은 올해 처음으로 이슬람 사회를 직접 겨냥한 광고를 시작했다. LDC 엘루아즈 푸아리에 마케팅 책임자는 ‘프랑스24’와의 인터뷰에서 “할랄 산업에 뛰어드는 업자들이 늘고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레그할랄은 7월부터 파리와 릴 시에만 1400개의 광고포스터를 선보였다.

파스타로 유명한 판자니그룹 계열사 자키아는 지난해 프랑스의 지상파 채널 TF1과 M6에서 처음으로 할랄 식품 광고를 내보냈다. 프랑스 민족마케팅연구소 솔리스의 압바스 벤달리 소장은 “할랄 광고 캠페인이 주류 미디어로 진입한 건 1년도 되지 않지만 큰 의미를 갖는다”며 “지금까지 광고는 철저하게 사실을 강조하는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감성적으로 젊은 소비자들의 가슴에 직접 다가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델리스 관계자는 “할랄 음식 광고는 색다르고 독창적이며 현대적이어야 한다. 이슬람 소비자들이 모던한 성향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카지노는 최근 할랄 브랜드인 ‘와실라’를 출시했다. 맥도널드와 쌍벽을 이루는 패스트푸드 체인점 퀵은 프랑스 전역 350개 매점 가운데 8곳에서 할랄 메뉴를 판매하고 있는데, 수를 계속 늘린다는 구상이다. 카르푸르 같은 대형마트는 할랄 음식 생산부터 전 과정의 관리를 책임지는 담당자까지 두고 있다. 프랑스의 할랄 음식 산업은 2010년 한 해 매출 규모가 55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 규모는 매년 15%씩 급성장하고 있다.

이제 할랄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축한 닭고기와 쇠고기를 가공한 제품을 뜻하는 것에서 벗어나 스낵, 화장품, 의약품, 건강보조제 등의 다양한 분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한편 세계할랄포럼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할랄 식품의 시장 규모는 6300억 달러(약 737조 원)를 웃도는 것으로 추산됐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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