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펑 前 中총리 회고록 美서 나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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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거주 ‘톈안먼사태’ 학생지도자 인터넷서 원고찾아 직접 출판
진압 주역-피해자 ‘기이한 인연’

1989년 6월 4일 톈안먼(天安門) 사태 당시 강제 진압의 주역이었던 중국의 리펑(李鵬·82) 당시 총리의 회고록 출간이 홍콩에서는 취소됐지만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마침내 이뤄졌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24일 보도했다.

톈안먼 사태 당시 안후이(安徽) 성의 학생 지도자로 2006년 미국에 건너와 살고 있는 정춘주(鄭存株) 씨는 이달 5일 중국 대륙의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리 전 총리의 회고록 원고를 발견해 내려받은 직후 ‘웨스트포인트 출판사’를 등록한 뒤 직접 출판했다.

이에 앞서 홍콩의 신세기출판사도 ‘리펑의 6·4일기’라는 회고록을 22일 출판할 예정이었으나 ‘관계기관이 제공한 저작권 관련 정보와 홍콩의 저작권법에 따라’ 출판을 취소했다. 이에 대해 현 지도부가 당시 강제진압을 지지하는 등의 민감한 내용 때문에 중국 당국이 출간을 막았다는 외압설도 제기됐다.

정 씨가 출간한 책이 신세기출판사가 가진 원고와 같은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정 씨는 “리 전 총리나 그의 변호인으로부터 저작권 문제와 관련해 협의해온 바 없다”며 “리 전 총리가 저작권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면 기꺼이 법적 책임을 질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리 전 총리가 저작권 문제를 제기하면 자신이 썼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어서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정 씨는 “먼저 중국어 간체자로 1000부(한 권 가격 미화 25달러)를 발행했지만 앞으로 번체자로도 바꿔 내놓을 계획”이라며 “이 책이 홍콩과 대만에서도 판매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수익금의 절반은 강제진압 당시 부상자들을 돕는 데 기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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