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나선 英, 60억 파운드 예산 깎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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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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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경제상황 안갯속
재정적자 줄여야 英 생존”
‘기업혁신’ 9억 파운드 등
前정권 부양책 대폭 삭감

최근 출범한 영국 보수당-자유민주당 연립정부가 24일 기록적인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선거 공약대로 60억 파운드(약 10조5600억원)의 예산을 줄일 방안을 발표했다. 이 중 기업혁신개발부 예산이 9억 파운드로 가장 많이 깎이는 등 고든 브라운 노동당 전 정권이 경기 진작 차원에서 크게 늘려놓은 각종 지원금 등이 대폭 줄었다.

새 연립정부는 이 밖에 각 부의 자문 및 광고에 들어가는 예산을 줄이고 각 부 산하의 특별 독립법인을 없애거나 통합하는 방법으로 5억1300만 파운드를 줄이기로 했다. 그러나 보건, 국방, 국제개발부의 예산은 현재대로 유지한다.

연정은 비대해진 정부의 몸집을 줄이기 위해 신규채용을 중지하고 퇴직으로 생긴 빈자리는 채우지 않는 방법으로 향후 수년 동안 30만∼70만 개의 공공부문 일자리를 없앤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흥청망청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공무원의 1등급 여행기 좌석 이용 예산을 1억 파운드 삭감하는 등 공무원들이 여객기, 호텔을 이용할 때 받는 특전도 대폭 줄이기로 했다. 연정은 이와 별도로 세수 확충 계획도 마련했다. 은행들에 특별세를 부과해 80억 파운드의 세금을 더 걷고 소비세도 현재의 17.5%에서 20%까지 올릴 계획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예산 삭감에 가장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빈곤계층을 보호하려고 노력했다”며 삭감 대상이 주로 부처 예산에 집중된 배경을 밝혔다. 그는 취임 후 첫 각료회의에서 각료들의 임금을 향후 5년간 동결해 예산 절감 의지를 보이는 상징적인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총선 전만 해도 60억 파운드의 삭감 계획에 반대했던 자민당의 닉 클레그 부총리는 최근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선거 전에는 유로존의 경제 상황이 얼마나 악화될지 아무도 몰랐을 것”이라며 “유로존의 급격한 경제악화로 영국이 예상보다 빨리 재정을 줄일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21일 발표된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09 회계연도 재정적자가 1561억 파운드로 국내총생산(GDP)의 11.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은 지난 몇 년간의 경제위기에서 세수는 줄어들고 은행부문에 대한 대규모 구제금융 등으로 지출은 많이 늘어 재정이 크게 악화됐다. 데이비드 로 재무장관은 연정의 예산 삭감을 “영국이 긴축 시대에 직면했다”는 말로 요약했다.

영국 정부는 25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할 연례 의회연설을 통해 향후 1년간의 구체적인 입법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이 계획에는 예산 법안만이 아니라 자민당이 줄곧 요구해온 선거제도 개혁에 관한 법안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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