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위기 유럽 4개국 지금은…] 거리 메운 그리스 실직자들 “국민이 도대체 무슨 죄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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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IMF 지원 의구심에 국가부도 가능성 높아져

“무기력한 그리스 정부를 바꾸는 사람이 등장한다면 아마 제2의 알렉산더 대왕으로 불릴 겁니다.”

지난달 23일(현지 시간) 그리스 아테네 시의 번화가인 엘무 거리. 경제부 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코스타 코스트리나키스 씨(56)는 “정부는 재정위기에 빠진 뒤 부자는 봐주고 중산층과 서민들의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며 흥분했다. 국영 항공사였던 올림픽항공에서 해고된 전직 항공기 엔지니어인 그는 이날 300여 명의 옛 동료들과 함께 “내 연금과 월급에 손을 대지 말라”, “더는 해고하지 말라”와 같은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재정위기에 빠진 남유럽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들을 현지 취재한 결과 위기의 진원지 격인 그리스는 경제 불안뿐 아니라 사회적 갈등으로 심한 홍역을 앓고 있었다. 그리스 공공노조는 22일부터 정부의 긴축 정책에 반대하는 총파업에 돌입했다.

유로존 국가들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그리스에 45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그리스의 혼란이 심해지면서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PIGS발(發) 악재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까스로 안정을 찾아가는 세계 경제에 새로운 교란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1일 그리스의 국가 부도 가능성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전날보다 19bp 오른 488bp로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그리스는 다음 달 19일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100억 유로의 국가부채를 갚아야 하고 재정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모두 800억 유로(약 119조 원)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테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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