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곳곳 바이오연료 작물 경작 열풍

  • 동아일보

“잘살아 보세” 희망찬 몸짓 뒤
“더 못살 수도” 절망의 그림자

외국자본만 이익 볼 가능성
식량값 폭등-환경파괴 우려

‘바이오연료, 아프리카에 축복의 기회인가 또 다른 절망인가.’

유엔에 따르면 하루 1달러 이하 소득을 올리는 세계 빈곤인구는 지난해 기준 10억2000만 명. 그중 약 80%가 아프리카에 산다. 가난을 운명처럼 짊어진 대륙. 그런데 요즘 이 땅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영국 월간 뉴인터내셔널리스트 4월호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앞 다투어 바이오연료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콩고민주공화국은 올해 초 벨기에 면적에 육박하는 약 3만 km²의 땅을 중국에 불하해 세계 최대 야자수 농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르완다도 지난해 12월 주요 바이오연료 작물인 ‘자트로파’ 경작사업을 위해 2억5000만 달러짜리 계약을 체결했다. AFP통신은 “앙골라는 외자유치를 위해 헌법까지 고쳤을 정도”라고 전했다. 가나와 탄자니아, 에티오피아, 우간다, 잠비아 등도 대규모 바이오연료 농장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왜 바이오연료일까. 영국 일간 가디언은 7일 “기간시설이 열악한 아프리카 국가들이 투자 효율성이 높은 산업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1세기 화석연료 대체재로 각광받는 바이오연료는 곡물 등에서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농지 확보가 핵심. 땅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아프리카로선 외국의 자본과 기술력을 도입해 빈곤에서 벗어나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만들고 싶다는 것.

그러나 뉴인터내셔널리스트는 “맹목적인 농장 확장은 스스로 목에 밧줄을 매는 자살행위”라고 경고했다. 첫째로 영악한 외국 자본에 휩쓸려 아프리카는 재주만 부리는 곰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탄자니아 자트로파 농장 계약을 한 유럽 계열의 한 회사는 주민들을 위한 학교 및 도로, 상수도시설 건설을 약속했다. 그러나 인프라 설립은 한 건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둘째, 식량가격의 급등을 유발할 위험이 크다. 세계은행은 “바이오연료가 지난해 대비 국제식량 가격을 75%나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가나 정부는 지난해 100만 ha에 이르는 식량 농지를 바이오연료 재배용지로 바꿨다. 셋째 환경 파괴도 문제다. 우간다는 바이오연료 농장을 위해 300km²에 이르는 마비라 우림지대를 절반 이상 망가뜨리는 등 대다수 국가가 마구잡이로 자연을 훼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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