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세계 최대 시장 中서 발뺀 진짜 이유는

  • Array
  • 입력 2010년 3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유대계 브린 회장 ‘전체주의 악몽’
中정부 검열-억압 행태에 몸서리

세계 최대 검색엔진업체인 구글이 ‘세계 최대의 시장’ 중국에서 결국 서비스를 접기로 결정한 진짜 속내는 뭘까. 구글의 공동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 회장(37·사진)에게 어린 시절부터 뿌리깊이 박혀 있는 ‘전체주의(totalitarianism)에 대한 기억’ 때문이라는 게 25일 월스트리트저널의 해석이다.

브린 회장은 1973년 옛 소련 모스크바의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모스크바에 있는 그의 집엔 유대계인 아버지 등 그의 가족을 감시하는 경찰이 자주 드나들었다. 그의 아버지는 애초 천체 물리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지만 유대계에 대한 차별 때문에 꿈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그렇게 반(反)유대주의적인 감시와 차별을 생생하게 목격했다. 브린 회장은 여섯 살이던 1979년 가족을 따라 고향을 등지고 미국으로 이주했다. 미국에서 자라며 그는 자신만의 도전적인 기업가 정신을 가꿀 수 있었고 성공을 이뤄냈다. 이 신문에 따르면 그는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에 특히 검열과 감시에 민감하며 그에 맞설 때 대담하다. 이것이 중국 정부와 맞서는 과감성으로 이어졌고 그의 가족이 차별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것은 구글이 중국에서 홍콩으로 물러선 것과 닮았다는 해석도 있다.

이 신문은 구글의 철수에 대해 “그가 인터넷 정보를 검열하고 반체제 인사들을 억압하는 중국 정부로부터 (어린 시절 모스크바에서 봤던) 전체주의의 기운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특히 지난해 말 중국 해커들이 구글의 e메일 서비스인 G메일에서 중국 인권운동가의 메일을 해킹하면서 브린 회장의 반감은 극에 달했다. 그는 “중국은 빈곤 퇴치 면에서는 큰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인터넷 검열과 반체제 인사에 대한 억압을 보면 전체주의의 잔재가 남아 있다”며 “그건 나로선 매우 괴로운 문제”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