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5시 우범지역 아닌 곳에서…” 차 없는 유학생들 더 큰 공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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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에 빠진 러시아 현지교민들

“이런 일이 터지면 짐 싸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학생이 많습니다. 여학생은 물론이고 남학생 사이에서도 무섭다는 이야기가 나오고요. 한국 가족들로부터 ‘위험하니 빨리 귀국하라’는 압박도 많이 들어와요.”

모스크바 국립언어대에 재학 중인 배홍주 씨(29)는 최근 러시아에서 잇달아 발생한 한국인 유학생 피습사건을 듣고 현지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그는 “머리가 까맣다거나 눈이 째졌다는 이유만으로 무작정 사람을 공격한 스킨헤드들의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괴한의 습격에 피해를 본 한국인이 늘어나면서 유학생과 교민들은 충격과 함께 공포에 떨고 있다. 현재 러시아에는 유학생 2000여 명을 포함한 교민 62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모스크바에 사는 교민 이모 씨(29)는 “사건 직후 지인들 몇 명이 안부 전화를 걸어왔다”며 “서로를 걱정하며 조심하자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번 사건이 한국식당이 있는 곳 근처에서 일어난 일이라 우리도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다지 으슥한 장소도 아니고 대낮에 일어난 사건이라는 점도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지하철 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유학생들 사이에서는 특히 안전에 대한 걱정이 높다. 인종주의와 배타주의에 바탕을 둔 무차별 폭력이 주로 야간 지하철역 같은 공공장소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유학생 조모 씨는 “2006년 어느 날 밤 스킨헤드가 스타킹에 돌을 넣어 해머처럼 돌리다 갑자기 공격했다”며 “죽여야겠다고 생각했는지 머리만 집중적으로 공격했다”고 말했다. 11년간 러시아에서 유학하고 2008년 귀국한 안모 씨(29)도 유학시절 갑자기 이유 없이 시비를 걸며 칼을 들이댄 러시아인에게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권총으로 위협당하기도 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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