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연합군 소탕전 주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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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거센 저항… 민간인 피해 증가
WP “마르자 일부만 점령했을 뿐”

아프가니스탄 주둔 연합군이 탈레반의 최대 거점인 헬만드 주 마르자를 공격한 지 일주일째를 맞았다. 연합군이 마르자의 주요 시설을 점령한 데다 탈레반 주요 인사가 줄줄이 체포되고 있어 9년째 지지부진한 아프간전쟁에 모처럼 숨통이 트이는 분위기다. 하지만 탈레반의 완강한 저항과 늘어나는 민간인 피해로 연합군은 내심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파키스탄 남부 카라치에서 17, 18일 고위급 탈레반 대원 9명이 체포됐다고 AP통신이 19일 보도했다. 이들 중에는 탈레반 정권하에서 카불의 경찰총수를 지낸 아쿤자다 포할자이와 헬만드 주 군사령관으로 활약했던 함자 등이 포함돼 있다. AP통신은 “아프간 탈레반의 2인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 탈레반이 자체적으로 임명한 아프간 주지사 2명 등 최근 들어 10여 명의 탈레반 주요 인사가 체포됨으로써 2001년 아프간전쟁 시작 이후 탈레반에 최대 타격을 줬다”고 분석했다.

또 연합군은 이날 미 해병대 20여 명을 마르자에 추가 투입했다. 탈레반의 저격수들을 소탕해 진격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서다. 미 해병대 래리 니컬슨 준장은 “연합군이 마르자의 주요 도로와 교량, 정부 건물 등 핵심부를 장악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마르자 공격작전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 연합군 지도부는 고심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마르자에 진입한 연합군은 상업지역을 중심으로 탈레반 세력이 비교적 약한 일부 지역만 점령했을 뿐”이라며 “무인전투기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탈레반은 건재하다”고 전했다.

탈레반의 저격수가 멀리 떨어진 건물에 숨어 정확하게 연합군을 공격하는 것은 지금까지 없었던 탈레반의 새로운 저항전술이라고 뉴욕타임스가 분석했다. 로켓과 사제폭탄을 이용한 전통적인 탈레반의 공격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18일에만 연합군 6명이 숨져 지금까지 전사자는 11명에 달한다. 영국 더타임스는 “연합군이 처음에는 ‘탈레반의 저항은 산발적’이라고 하더니 지금은 ‘완강하다’고 말을 바꿨다”며 “탈레반을 물리치려면 아직 멀었다”고 지적했다.

늘어나는 민간인 피해는 연합군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한다. 아프간 인권단체들은 이번 작전으로 지금까지 적어도 민간인 19명이 희생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마르자의 민심도 흔들리고 있다. 이를 의식해 연합군은 중화기 사용을 자제하고 있으며 진격속도를 늦추더라도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작전을 진행하고 있다. 아프간 남부지역 연합군 사령관인 닉 카터 영국군 소장은 “마르자를 완전히 장악하려면 앞으로도 한 달은 더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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