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암행어사’ 키우는 재미 쏠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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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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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회사 10년 근무 접고 ‘미스터리 쇼퍼’ 컨설팅업체 운영 민유식 씨

직원 친절도-청결 상태 등 몰래 평가
‘미스터리 쇼퍼’ 활발한 日서 아이디어
강의실 빌려쓰고 포털서 교육생 모집
“무점포 1인 창업이지만 작년 억대 매출”


민유식 FRMS 대표는 보험설계사를 대상으로 세일즈·마케팅·상품 교육을 했던 보험회사 근무 경험을 살려 ‘미스터리 쇼퍼’ 양성을 위한 1인 컨설팅 회사를 창업했다. 사진 제공 FC창업코리아
민유식 FRMS 대표는 보험설계사를 대상으로 세일즈·마케팅·상품 교육을 했던 보험회사 근무 경험을 살려 ‘미스터리 쇼퍼’ 양성을 위한 1인 컨설팅 회사를 창업했다. 사진 제공 FC창업코리아
‘미스터리 쇼퍼(mystery shopper)’란 말을 들어보았는지? 매장 측 의뢰를 받아 일반 손님으로 가장해 해당 매장을 방문한 뒤 직원 서비스나 매장 환경, 점포 경쟁력 등을 점검하고 평가하는 모니터 요원을 뜻한다. 매출 증대 및 서비스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미스터리 쇼퍼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민유식 대표(47·사진)는 미스터리 쇼퍼 교육 및 알선이 주 업무인 컨설팅업체 ‘에프알엠에스(FRMS)’를 운영하고 있다. 10여 년간 보험회사에서 일하면서 쌓은 교육, 컨설팅 경력이 창업의 토대가 됐다.

○ 보험회사서 세일즈, 마케팅 교육 경력 쌓아

1990년 쌍용화재에 입사한 민 대표는 2000년 퇴직할 때까지 보험설계사를 대상으로 한 세일즈, 마케팅, 상품 교육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일이 적성에 맞고 직장도 괜찮았지만 입사 선배들이 구조조정 등으로 하나 둘씩 회사를 떠나면서 생각이 복잡해졌다. 그는 “준비가 전혀 안 된 상태에서 퇴직을 맞이하기 전에 뭐가 됐든 당당히 물러설 수 있는 ‘준비된 퇴로’를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원래 민 대표의 꿈은 창업 컨설턴트였다. 그는 2000년 5월 회사를 그만뒀다. 퇴직 5개월 뒤 컨설턴트가 되기 위한 준비과정인 셈 치고 작은 참치전문점을 창업했다. 점포를 운영하면서 한 인터넷 주점 포털사이트에 창업 준비과정, 마케팅 전략 등을 담은 ‘민 과장의 창업일기’라는 글을 연재했다. 글을 읽는 독자들이 늘어나는 것에 자신을 얻은 그는 2003년부터 프리랜서 창업컨설턴트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성균관대 ‘프랜차이즈 전문가 과정’ 1기를 수료하고, 중앙대 창업대학원 창업컨설팅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는 등 부지런히 창업 노하우를 쌓았다.

○ 일본 여행서 창업 아이템 아이디어 얻어

미스터리 쇼퍼 컨설턴트가 가능성이 있다고 확신한 것은 2003년 9월 일본의 ‘성공 외식업체 투어’를 갔을 때였다. 민 대표는 “성공한 외식업체 대부분이 미스터리 쇼퍼 제도를 도입한 것을 보고 ‘이거다!’ 싶었다”고 했다. 한국에서도 일부 마케팅회사가 미스터리 쇼퍼 관련 업무를 하고 있었지만, 정작 이런 일이 필요한 중소 외식업체들은 대부분 미스터리 쇼퍼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민 대표는 2007년 10월 미스터리 쇼퍼 교육과 컨설팅을 담당하는 1인 기업 FRMS를 창업했다. 자본금은 거의 들지 않았다. 집이 사무실이고, 강의장이 필요할 때는 중소기업청이 지원하는 ‘1인 창조기업 비즈니스센터’의 공용강의실을 이용했다. 교육생 모집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개설한 ‘미스터리 쇼퍼’ 카페(cafe.daum.net/mysteryshopping)를 활용했다.

9시간 교육에 10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수강료에도 미스터리 쇼퍼를 해보고 싶다는 수강생들이 몰렸다. 회사원 대학생 주부 퇴직자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교육을 희망했다. 일부 외식기업은 자사 직원 교육을 의뢰하기도 했다.

교육은 미스터리 쇼핑의 현황과 직업으로서의 비전, 국내외 사례 동영상 강의, 실제 미스터리 쇼퍼로 활동하는 사람들의 경험담, 미스터리 쇼퍼 활용사례, 체크 리스트 작성방법, 팀별 현장실습 및 발표 등으로 이루어진다. 그는 “첫 달 매출은 200만 원에 불과했지만 석 달째 접어들면서 매출이 서너 배로 껑충 뛰었다”며 “사업 시작 3개월 이후 성공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 미스터리 쇼퍼 컨설팅 기업 만드는 게 꿈

민 대표가 지금까지 배출한 미스터리 쇼퍼는 모두 600여 명. 그는 이들을 카페베네, 리치푸드, 와라와라, 홍가 등 10개 이상의 외식 프랜차이즈업체 본사에 소개해주고 있다. 민 대표에 따르면 ‘능력있는’ 미스터리 쇼퍼들은 월평균 50만∼100만 원을 번다. 대부분이 ‘투잡’, 아르바이트로 일을 하며 특히 주부들에게 인기다. 하루 1시간∼1시간 30분 정도만 쓰기 때문에 부담스럽지 않다.

지난해 민 대표는 미스터리 쇼퍼 교육과 컨설팅 등으로 약 1억4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미스터리 쇼퍼 활동비, 각종 아웃소싱 비용과 기본 경비를 뺀 순수익은 7000만 원. 그는 “1인 기업 활동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데 더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의 꿈은 해외 미스터리 쇼퍼 컨설팅기업과 제휴해 글로벌 ‘미스터리 쇼퍼 컨설팅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민 대표는 “얼마 전 참가한 세계 미스터리 쇼퍼 사업자 콘퍼런스에서 뷰티산업, 우체국, 자동차, 호텔, 카지노 등 다양한 분야에 전문 미스터리 쇼퍼 기업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라며 “국내에서도 미스터리 쇼퍼 컨설팅사업이 뿌리를 내리도록 힘 쓰겠다”라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 민유식 씨 성공요인은 충분한 시장조사 ‘밑거름’

창업자금을 거의 들이지 않으면서도 여느 대기업 회사원 연봉 부럽지 않은 수입을 올리고 있는 민유식 대표는 1인 기업을 꿈꾸는 예비창업자들에겐 부러움의 대상이다. 민 대표가 성공할 수 있었던 첫 번째 요인은 창업하기 전에 ‘미스터리 쇼퍼 컨설팅’이라는 확실한 수익모델을 갖고 시작했다는 점이다. 사업 아이디어는 해외 시장에서 얻었지만 국내 시장에서도 사업성이 충분한 비즈니스 모델임을 확인한 후에 사업에 나선 것이 성공을 뒷받침한 것이다. 창업 전에는 사업성 검토와 전문지식 확보가 우선 돼야 한다.

두 번째로 전문지식을 갖고 사업을 진행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민 대표는 퇴직 전 직장에서 교육 업무를 담당했고, 대학원에 진학해 이론적인 지식으로 재무장했으며 몇 년에 걸친 포럼 등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실전 감각도 익혔다. 그의 성공이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라 이러한 전문성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홍보를 위해 인터넷 커뮤니티를 적절히 활용한 점도 좋다. 자금력이 부족한 1인 기업이 홍보비용을 따로 책정해 집행하기는 힘들다. 민 대표는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미스터리 쇼퍼에 대한 인식을 넓히고 기업들에도 자신의 사업을 알리는 작업을 했다. 또 직접 처리할 필요가 없는 부분에선 아웃소싱을 한 점도 눈길을 끈다.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해야 하는 만큼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고 능력 밖의 일이라면 아웃소싱을 이용하거나 또 다른 1인 기업과 업무를 병행하는 형식으로 진행하면 좋다.

이 밖에 1인 기업으로 성공하려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일을 시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1인 기업은 사업 초기에는 매출이 적을 수밖에 없다. 이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인맥을 관리하고 성과를 쌓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사업성이 충분한 아이템으로 전문성을 살려 운영한다면 결국 돈은 따라오기 마련이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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