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스트레스’ 中 노처녀들 “고향 같이 갈 대리애인 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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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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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춘제 귀향길 新풍속도
부모 결혼 성화 걱정에
“매너男 열흘에 85만원”
인터넷 광고로 구해 대동

“고향에 같이 갈 ‘대리 애인’ 구합니다.”

중국 최대의 명절인 춘제(春節·설)를 앞두고 고향에 가는 대부분의 중국인 마음은 설렌다. 하지만 아직 배우자를 구하지 못한 노처녀들은 괴롭다. ‘빨리 결혼하라’는 부모와 집안 어르신들의 성화가 빗발칠 것이 뻔하기 때문.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중국에서 돈을 주고 임시 애인을 구해 함께 고향으로 향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2일 전했다.

인터넷에 개설된 애인 대행 사이트만 수천 개에 이르고 개인적으로 광고를 올리는 경우도 있다. 한 인터넷 게시판에 광고 글을 게재한 28세 여성은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 결혼하라고 매일 독촉한다. 그래서 ‘춘제에 남자 친구를 데리고 간다’고 말은 해놨는데 일을 하느라 너무 바빠서 구하지 못했다. 부모님을 실망시킬 수 없어서 남자 친구를 빌려서 같이 고향에 가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여성이 내건 조건은 ‘고등교육을 받았고, 직업이 있어야 하며, 키는 170∼180cm에 매너 있는 남자’다. ‘임대료’는 열흘에 5000위안(약 85만 원)을 제시했다. 중국의 20대 젊은이들은 정부가 1가구 1자녀 정책을 시행한 1979년 이후 태어난 세대다. 자녀가 적기 때문에 부모들의 결혼과 출산에 대한 압력은 더욱 거셀 수밖에 없다고 이 신문은 설명했다. 중국 런민(人民)대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장원준 씨(63)는 “시골에서는 25세 전에 딸이 애인을 집에 데리고 와야 부모의 체면이 선다. 20대 후반까지 여성이 결혼을 하지 않으면 ‘아마 병이 있어서 결혼을 하지 못하나 봐’ 같은 소문이 돈다”고 전했다.

젊은이들이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부모를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여전히 중국에 부모를 공경하는 유교문화가 강하게 남아 있다는 증거라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자오쉬둥(趙旭東) 중국 농업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런 세태는 중국에 유교적 전통이 남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동시에 젊은 세대가 자본주의 방식을 이용해 중국사회와 문화가 갖고 있는 문제를 풀어나간다는 점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中9개省폭설… 귀성길 교통대란▼

14일 춘제를 앞두고 중국 중부와 남부에 폭설 등 악천후가 이어져 중국인의 귀성길이 큰 혼잡을 빚고 있다.

9∼11일 장쑤(江蘇)를 포함해 허베이(河北), 산시(陝西), 허난(河南) 간쑤(甘肅), 안후이(安徽) 등 9개성에 폭설과 한파가 몰아닥쳐 대설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이 눈구름은 12일 현재 남부지방에 머물고 있으나 13∼16일 다시 세력을 크게 확장해 중부와 남부 대부분 지방에 눈 또는 비를 뿌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악천후로 대륙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 언론은 12일까지 고속도로 30곳의 통행이 금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장쑤 성의 경우 폭설로 11일 하루 동안 9206개의 버스 차편이 운행을 멈춰 10만 명 이상이 발을 동동 굴렀다. 또 상하이(上海) 푸둥(浦東) 공항에만 항공기 120편이 연착되고 일부 항공편이 취소됐다. 중국의 대표적인 철로인 베이징∼상하이 열차들도 연발착됐다. 이처럼 육로와 철도, 항공 등 모든 교통편이 혼란을 겪고 있다. 크고 작은 교통사고도 급증하는 추세다. 닝샤(寧夏) 후이(回)족 자치구에서만 9, 10일 이틀 동안 600건이 넘는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춘윈(春運·춘제 운송)’은 중국의 국가능력을 시험하는 중요한 계기로 여겨지는 만큼 중국 정부는 귀성길 편의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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