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5세 알카에다 소년兵’ 처벌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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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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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군사재판 앞두고 “살인 전범” “미성년 불처벌” 격론

2002년 7월 27일 아프가니스탄 동부지역의 한 마을. 미국 특전부대 소속 병사들이 알카에다 조직의 주둔지를 포위한 채 투항을 권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알카에다 조직원들은 오히려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고 미군은 아파치 헬리콥터와 A-10 워트호그 전투기가 폭탄을 투하했다. 이후 적이 일망타진된 것으로 판단하고 주둔지로 접근하던 미군은 내부에서 투척된 수류탄에 1명이 전사하고 1명은 실명하는 피해를 본다. 내부에는 단 한 명의 생존자가 있었을 뿐이다.

주인공은 캐나다 국적의 오마 카드르(23·사진). 이집트인 아버지(2003년 사망)와 팔레스타인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난 카드르는 캐나다에서 태어난 뒤 10세가 되던 해인 1997년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아프간으로 이주한다. 그의 아버지는 한때 오사마 빈라덴의 이너서클 안에 들어가게 됐고 자연스럽게 소년 카드르는 미국에 대항하는 전사(戰士)로 자라났다.

체포 당시 15세였던 그는 가슴에 총상을 입은 채 폭격으로 무너져 내린 지붕에 깔린 상태였다. 쿠바의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된 카드르는 미군 측에 범죄사실을 자백했고 미군 병사 살해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출범 이후 수용소 폐쇄 방침을 결정하면서 미뤄져 오던 그의 재판도 7월 관타나모 군사법정에서 열린다.

이와 관련해 미국 내에서는 15세 소년병사를 처벌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놓고 격론이 일고 있다. 반대하는 쪽은 국제법 관행에 따르면 미성년자는 전범으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고 있다. 또 그가 수류탄을 던졌다는 점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그의 자백뿐인 데다 당시 심각한 부상으로 수류탄을 던질 상황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군검찰 측은 그가 살인 의도를 갖고 수류탄을 던졌으며 그의 나이가 범죄를 정당화해주지 않는다는 강경한 자세다. 미국 대부분의 주는 14∼19세의 미성년자라 해도 ‘범의(犯意·mens rea)’ 형성이 가능하다고 보고 형사처벌을 하고 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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