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철의 3각동맹’ 파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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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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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시 하원의장-리드 상원대표

건보개혁-경기부양 ‘찰떡공조’ 3人
잇단 선거 패배 싸고 “네탓” 공방전
펠로시-리드 “백악관 독주 저지할 것”
오바마, 대선공신 재영입 “마이웨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보건의료개혁, 경기부양법 통과,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결정, 쿠바에 대한 금수조치 부분해제 결정 등의 굵직굵직한 입법사항을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백악관과 의회의 긴밀한 공조 결과다. 오바마 대통령이 원하는 개혁입법이 95% 이상 상하 양원을 순조롭게 통과한 것은 오바마 대통령-낸시 펠로시 하원의장-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로 이어지는 철의 3각 동맹의 힘이라는 평가. ‘찰떡공조’를 자랑이라도 하듯 이 3인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백악관 집무실에 모여 그들만의 밀담을 나눠왔다.

하지만 집권 1년을 넘기면서 3각 동맹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과 상하 양원의 민주당 지도자들이 최근 잇단 선거패배를 둘러싸고 서로 “네 탓”이라며 책임전가의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24일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 공동여론조사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은 40% 대 48%로 업무수행능력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높았다. 리드 대표 역시 ‘못한다’는 응답이 47%로 ‘잘한다’(35%)는 대답보다 많았다.

당장 11월 중간선거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 이르자 펠로시 의장은 “여전히 나의 주요한 과업은 오바마 대통령 개혁입법의 완수를 돕는 것이지만 하원의 민주당 의원들과 후보들을 보호하는 것 역시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일 백악관이 지나치게 많은 것을 요구한다면 내가 나서서 그것을 제지할 수밖에 없다”며 “2010년 미국 의회의 어젠다는 일자리 창출과 연방재정적자 축소 딱 두 가지”라고 못 박았다.

1987년부터 23년 동안 네바다 주 상원의원으로 군림해 왔지만 이번 중간선거 퇴출 유력의원으로 거론되는 리드 대표 역시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일자리 창출인데 여전히 백악관은 ‘길고 긴 숙제’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자신의 기부금 모금행사에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등장하는 등 정치적 은혜를 입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격적인 발언.

백악관 참모들은 이 같은 분위기에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데이비드 액설로드 백악관 선임고문은 “전체적인 개혁의 큰 청사진만 제시하고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의회의 자율에 전적으로 맡겨뒀는데…”라고 말했다. 양원 지도자들의 사실상 공개적인 불만표시에도 오바마 대통령은 ‘마이 웨이’를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2일 오하이오 주 연설에서 “미국이 직면한 많은 도전과제를 두고 이대로 물러서지 않겠다. 내가 대통령이 된 것은 수많은 난제와 싸워가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대선 승리의 일등공신 격인 데이비드 플러프 전 선대본부장도 다시 불러들였다. 자신의 정치적 명운이 걸린 중간선거를 의회에 맡겨두지 않고 최측근을 통해 진두지휘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셈이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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