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공화당에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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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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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선거 패배 충격… “건보개혁, 야당과 타협 수정하겠다”
정책 입안에 바빠서
국민들이 원하는 것
직접 소통못해 후회

20일 매사추세츠 주 연방 상원의원 특별선거에서 공화당에 패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사진)이 자신의 첫 개혁과제인 건강보험개혁법안을 공화당 지지도 받을 수 있도록 수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선거의 패배로 상원에서 공화당의 의사진행방해(필리버스터)를 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독주하기가 어려워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법안에 반대하는 공화당 의원들을 일절 상대하지 않고도 상원 투표에서 민주당이 무소속 2명을 끌어안아 60표 지지를 받아냈지만 공화당은 한 명도 이 법안에 찬성하지 않았다

○ 초당적 지지 받을 수 있도록 방향 선회

오바마 대통령은 21일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건강보험개혁법안의 핵심 요소는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 세부 사항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타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법안에 강력하게 반대해 오던 공화당을 아예 포기하고 민주당과 무소속 의원들을 설득해 강행처리하겠다던 자세와는 확연히 달라진 태도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의료)보험회사들이 국민을 이용하고 있다”며 “막대한 건강보험 비용을 낮추지 못하면 가계 예산은 파산하고 말 것이다. 특히 이 법안은 중소기업에 반드시 필요한 법안”이라고 개혁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백악관은 상원과 하원에서 통과된 건강보험개혁법안을 좀 더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 상원이 통과시킨 법안을 하원에서 그대로 통과시키게 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즉, 별도 상하원 협의 없이 속전속결로 상원 법안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스콧 브라운이 의회에 들어오기 전에 상원이 법안을 처리해서는 안 된다”며 “매사추세츠 주민들은 그가 건강보험개혁법안 처리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뜻을 표로 밝혔다”고 제동을 건 것. 민주당 상원지도부도 브라운이 의회에 입성하기도 전에 법안을 밀어붙였다간 유권자들의 반발을 살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취임 첫해에 과도하게 정책 입안에 주력하다 보니 너무 바빠서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직접 소통하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 난항 예상되는 법안 처리

백악관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건강보험개혁법안을 어떻게 처리할지 구체적인 방침을 세우지 않았다고 말한다. 2019년까지는 3000만 명이 보험혜택을 추가로 받는 방안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액설로드 백악관 선임고문은 “매사추세츠 주 선거 결과는 일자리를 잃고 임금이 제자리를 걷는 중산층 심리를 반영한 것”이라며 “(따라서) 위기에 처한 건강보험 개혁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매사추세츠 주 유권자들이 던지는 메시지가 건강보험개혁을 포기하라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어쨌든 공화당과 협의하지 않고는 의회에서 통과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구제금융을 회수하기 위해 월가에 세금을 때리는 문제나 일자리 창출과 재정적자 개혁 문제도 공화당의 협조를 받지 않으면 추진하기가 어렵다. 그 때문에 △공공보험 도입 여부 △낙태금지 △기존 질병에 대한 보험사의 보장 거부 △중소기업 보험지원 △무분별한 의료소송 등 핵심 쟁점사항을 놓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타협안을 이끌어내야 할 상황이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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