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英마약범 29일 사형집행”… 英 반발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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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0년간 중국에서 사형이 집행되는 첫 유럽인.’

중국 정부가 자국 내에서 체포돼 최근 사형이 선고된 영국인 마약사범의 사형을 다음 주에 집행하기로 하자 영국 측이 크게 반발하면서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21일 영국인 아크말 샤이크 씨(53)에 대한 사형 판결을 확정했다. 그는 이달 29일 사형이 집행될 예정이다. 샤이크 씨는 2007년 헤로인 4kg을 소지한 혐의로 중국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에서 체포됐다.

영국 외교부는 즉각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고 AFP통신은 21일 전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에게 편지를 보내 선처를 요구했다. 또 영국과 유럽연합의 관리들도 수차례 관대한 처벌을 호소했다.

영국 인권단체들도 앞 다퉈 “중국 당국이 정신병을 앓고 있는 샤이크 씨의 상태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부당성을 지적하고 있다. 샤이크 씨의 가족은 언론을 통해 감형을 간청하는 등 여론에 호소하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중국이 샤이크 씨를 이용해 영국에 보복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영국 가디언지는 인권단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양국 간 코펜하겐 회의 결과에 대한 논쟁으로 샤이크 씨의 감형 기회가 적어졌다”고 전했다. 양국에선 최근 종료된 덴마크 코펜하겐 유엔기후변화협약 정상회의의 미흡한 결과를 놓고 책임 공방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장위(姜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법에 따라 처리할 뿐”이라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의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서방세계는 법률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고 주장해 오지 않았느냐”며 영국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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