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4일 저녁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출입기자단(UNCA) 연례 송년 만찬에서 유머 넘치는 연설로 기자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밴드가 라이브 음악을 연주하는 가운데 등장한 반 총장은 “세계 최초로 사람의 속마음을 보여주는 기계를 가져왔다”며 청중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반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실 문이 기자들에게 항상 열려 있다’고 말하자 영상에는 복잡한 미로가 등장했다. 반 총장은 “여러분은 이 복잡한 미로에서 길을 잃지 않고 찾아올 수만 있으면 된다”고 말해 청중들의 폭소를 유발했다. 또 반 총장이 심각한 지구온난화를 얘기하면서 가장 열이 높아지는 장소를 얘기하자 영상에는 기자회견장 모습이 나타났다. 곤란한 질문 공세에 시달리는 기자회견장이 반 총장에게 가장 ‘후끈한’ 장소임을 내비친 것이다.
이어 반 총장이 새로 대변인을 뽑는 과정에서 자신이 가장 일을 맡겼으면 했던 사람은 지원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하자 영상에는 반 총장을 괴롭히는 글을 자주 쓰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의 한 인터넷 블로거 기자의 얼굴이 등장했다. 이 기자에 대한 반 총장의 심정을 역설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유엔을 출입하는 각국 언론사 기자들의 모임인 UNCA가 주최하는 송년 만찬은 유엔 사무총장도 참석해 유쾌하게 얘기를 나누며 1년을 정리하는 자리. 반 총장은 취임 직전인 2006년 모임에는 차기 총장 자격으로 참석해 연설에 이어 크리스마스 캐럴인 ‘산타클로스 이즈 커밍 투 타운(Santa Claus is coming to town)’을 ‘반기문 이즈 커밍 투 타운(Ban Ki Moon is coming to town)’으로 개사한 노래를 불러 환영받는 등 매년 이 행사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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