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企 자금줄 ‘CIT’ 파산보호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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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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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대출전문 20위권 금융사
자산 규모로는 역대 5번째

미국 내 20위권 금융회사인 CIT그룹이 결국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중소기업 대출 전문회사인 CIT그룹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가뜩이나 지방 중소은행의 연쇄도산 때문에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이 더욱 고통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CIT그룹은 1일(현지 시간) 성명을 통해 “이날 이사회 결의를 거쳐 뉴욕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으며, 올해 안에 파산보호를 졸업할 수 있도록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101년 역사의 CIT그룹은 71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파산보호 규모(자산 기준)는 리먼브러더스, 워싱턴뮤추얼, 월드컴, 제너럴모터스(GM)에 이어 미국 역사상 5번째다.

지난해 말 미국 정부에서 23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은 CIT는 자금 사정이 악화돼 정부에 추가 지원을 요청했지만 올해 7월 미 정부가 거부하면서 파산보호 신청이 어느 정도 예견됐다.

이후 CIT는 채권자들과 구조조정을 위한 협의를 벌여 왔으며 채권단과 채무 조정 및 추가 지원에 대한 합의에 이르러 ‘사전조정’ 파산보호를 신청하게 됐다. 사전조정 파산은 경영진과 채권자 등이 구조조정 방안과 함께 파산을 신청하는 제도다. 이 방안에 따르면 90%의 채권자들이 CIT의 채무를 100억 달러 경감해 주는 데 합의했으며, 최대 채권자인 칼 아이칸은 파산보호 과정에서 10억 달러를 추가로 지원해 주기로 했다.

제프리 피크 CIT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도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영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CIT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따라 영업이 위축되면서 CIT와 거래를 하고 있는 2000여 중소기업 고객들이 자금 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CIT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미국 정부가 지원했던 23억 달러의 공적자금 회수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 지원 중 첫 손실 사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CIT그룹은 대형 금융사에서 대출 받기 어려운 소매업체나 중소기업의 자금줄 역할을 해왔으나 최근 9분기 동안 50억 달러의 손실을 내는 등 경기침체와 금융위기 속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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