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추시보, 한국역사프로그램 신랄하게 비판

  • 입력 2009년 9월 8일 15시 30분


코멘트
'만주 역사를 한국 역사라고 날조하지 말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의 자매지인 '환추(環球)시보'가 8일 한국 주류 매체가 만주를 한국의 역사에 편입시키는 엉터리 프로그램을 제작 방영했다면서 신랄한 어조의 비판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는 관영 신화망을 비롯해 중국 인터넷에서 빠르게 확산돼 파문을 낳고 있다.

환추시보는 KBS가 최근 방영한 역사스페셜 '만주대탐사' 2부작을 문제로 삼았다. 8월 29일 KBS는 1부 '제5의 문명 요하를 가다'에서 기원전 6000년 전 만주 요하(遼河)지역에서 황허(黃河)문명보다 천년 앞서 요하문명이 꽃폈다고 전했다. 이 문명은 중국 중원의 문명과 확연히 구별되고 오히려 한민족과 밀접히 연결됐다는 내용이다.

이어 KBS는 9월 5일 2부 '금 태조 아골타는 신라의 후예'에서 여진족을 이끌고 금나라를 세운 태조 아골타는 신라 김씨(金氏) 왕실의 후손이라고 전했다. 또 금을 계승한 여진족의 후금(後金)은 이후 청나라로 중원을 지배했다고 소개했다. 청 황실은 '애신각라(愛新覺羅)'라는 성을 썼는데 애신은 '금(金)'을, 각라는 '족(族)'을 지칭한다고 덧붙였다. 김씨의 종족이라는 뜻이다. 이런 학설은 국내에서 학계 일부와 재야 사학자들 사이에 널리 퍼져있다.

이에 대해 환추시보는 또 랴오닝(遼寧) 성 사회과학연구원 변경연구소 뤄차오(呂超) 소장을 인용해 "일부 한국인들이 멋대로 역사를 날조하고 있다"며 "고고학 증거로 볼 때 요하문명은 한족의 문명인 장장(長江)과 황허(黃河) 문명을 계승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중국 북방 고대문명이 한국 문명이라는 주장은 엉터리이고 역사에 대한 무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KBS 역사스페셜 제작자는 "아골타나 애신각라 등은 대부분 중국 정사(正史)들에 두루 쓰여 있는 팩트들"면서 "중국 측이 감정적인 대응에 그치지 말고 만주 역사에 대해 양국 학자들의 공동 연구가 필요한 점을 인정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mungchi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