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軍 아프간 공습 민간인 등 90명 사망

  • 입력 2009년 9월 5일 02시 51분


아프가니스탄 북부 쿤두즈 주민들이 4일 나토군의 공습으로 희생당한 아프간인들을 묻기 위해 대규모 공동묘지를 만들고 있다. 쿤두즈=로이터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북부 쿤두즈 주민들이 4일 나토군의 공습으로 희생당한 아프간인들을 묻기 위해 대규모 공동묘지를 만들고 있다. 쿤두즈=로이터 연합뉴스
유엔 조사단 현장 파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이 4일 아프가니스탄 북부 도시 쿤두즈에 공습을 감행해 최대 90명이 사망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사망자 가운데는 민간인이 수십 명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토군은 이날 오전 2시 30분경 수도 카불의 나토군 사령부로 향하던 석유 탱크 2대를 탈취해 시민들에게 석유를 나눠주고 있는 탈레반을 공습했다. 쿤두즈 주 모함마드 오마르 주지사는 DPA통신에 “약 90명이 숨졌으며 이 중 45명은 민간인이고 나머지는 탈레반”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 관계자도 AP통신에 “사망자 중 약 40명은 민간인”이라고 전했다.

나토군 소속으로 쿤두즈에 주둔하고 있는 독일군은 “공습으로 50명의 탈레반이 숨졌지만 민간인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은 “민간인이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 사건을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스탠리 매크리스털 아프간 주둔 미군·나토군 총사령관도 즉각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사건진상조사단을 구성했다”며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공격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유엔도 별도 조사단을 현장에 파견했다.

이처럼 나토와 아프간, 유엔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은 미군·나토군의 군사작전 도중에 민간인이 숨지는 것이 아프간 주민들에게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라고 AFP통신은 분석했다. 이 통신은 이어 “아프간 주민들과 탈레반을 분리시키겠다는 나토군과 아프간 정부의 새 전략이 이 사건으로 큰 타격을 입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날 사건 현장 근처 야쿠비 마을에서는 수백 명의 주민이 분노하는 가운데 사망자 중 18명에 대한 장례식이 열렸다고 AFP는 전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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