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질렸다, 갈아보자” 열풍… 민주 ‘슈퍼 320석’ 보인다

  • 입력 2009년 8월 29일 02시 58분


“찍어주세요” 일본 총선을 이틀 앞둔 28일 나가사키 현 나가요 정에서 막판 선거유세를 벌이고 있는 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대표(왼쪽)가 몰려드는 유권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은 집권 자민당을 누르고 압승할 것이 확실시된다. 나가사키=로이터 연합뉴스
“찍어주세요” 일본 총선을 이틀 앞둔 28일 나가사키 현 나가요 정에서 막판 선거유세를 벌이고 있는 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대표(왼쪽)가 몰려드는 유권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은 집권 자민당을 누르고 압승할 것이 확실시된다. 나가사키=로이터 연합뉴스
“살려주세요” 아소 다로 일본 총리가 총선을 이틀 앞둔 28일 나가사키 현 이사하야 시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이사하야=로이터 연합뉴스
“살려주세요” 아소 다로 일본 총리가 총선을 이틀 앞둔 28일 나가사키 현 이사하야 시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이사하야=로이터 연합뉴스
민주, 관료주의 타파-생활정치 복원으로 민심잡아
자민, 대패땐 분당-탈당사태로 정계개편 회오리
민주 “총리 신사참배 반대”… 한일관계 훈풍 기대

《8·30 일본 총선이 민주당 압승 쪽으로 굳어지면서 최근 일본 언론과 유권자의 관심은 총선 자체보다는 선거 이후 들어설 새 정권의 형태와 운영 방식에 쏠리고 있다. 민주당은 물론이고 집권 자민당도 정권교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가운데 이후 정국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일본의 정권교체는 한일 관계에도 훈풍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 54년 만에 선거 통한 첫 정권교체

이번에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1955년 자민당 체제로 불리는 보수정당 절대 우위 체제가 확립된 이후 54년 만에 사실상 최초다. 1993년에 탄생한 비(非)자민 연립정권은 자민당이 제1당을 유지한 상태였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 선거에 의한 정권교체라기보다는 야당의 정치연대에 의한 정권교체였다. 그것도 10개월 단명이었다. 자민당은 1955년 이후 단 하루도 제1당을 내준 적이 없다.

난공불락의 정당이었기 때문에 추락의 굉음 또한 강력하다.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자민당 장기집권에 대한 민심이반이 분명해졌다. 지난달 21일 중의원을 해산할 때만 해도 세간의 관심은 민주당이 단독 과반수를 확보할 수 있을지에 모아졌다. 그러나 민주당의 예상 의석수는 하루가 다르게 불어나 지금은 전체 480석의 3분의 2를 넘길 것이란 예측이 줄을 잇는다.

○ 부패, 관료주의에 염증…변화 갈망

자민당의 보루였던 직능단체, 농어촌 조직이 떨어져나가고 말없이 관망하던 무당파 층이 대거 민주당 쪽으로 쏠렸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본 전역에 걸쳐 ‘자민당이 너무 오래 했다. 일단 갈아보자’는 집단 심리가 휩쓸고 있다. 잇따르는 정치부패 사건은 물론이고 △정치와 돈의 커넥션 △국민 위에 군림하는 관료주의 △대국민 서비스 약화 등 일본사회의 부정적 현상이 모두 자민당에 대한 책임론으로 귀결되고 있다. 민주당이 총선 슬로건으로 내세운 ‘관료주의 타파’ ‘생활정치 복원’ ‘아동수당 확대’ 공약에 유권자가 열광하는 것을 보면 얼마나 변화에 목말랐는지 짐작할 수 있다. ○ 민주당, 압승해도 연정

민주당은 선거 이후 조속히 새 정부를 출범시킬 방침이다. 민주당이 압승하더라도 참의원에서 단독 과반수에 모자라기 때문에 사민당 국민신당과의 연립정권을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 정당의 의석수가 워낙 적을 것으로 전망돼 정국운영에 별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못할 듯하다. 민주당이 참의원에서 부결시킨 법안을 중의원에서 재가결할 수 있는 3분의 2(320석)를 넘길 경우 외형적으로는 연립정권이 구성되더라도 사실상 민주당 단독정권이나 마찬가지다. 자민당이 대패할 경우 분당(分黨)이나 상당한 규모의 탈당(脫黨)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는 대규모 정계개편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 아시아 중시… 우경화에 반대

민주당 정권이 들어설 경우 대외관계는 아시아 중시 쪽으로 몇 클릭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일 간 최대 걸림돌이었던 과거사 문제에 대해 차기 총리가 확실시되는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대표를 비롯한 집행부는 자민당에 비해 전향적 사고를 갖고 있다. 민주당은 대체로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반대 및 대체시설 건립 △군사력 증강을 비롯한 우경화에 반대 △재일동포의 지방참정권 부여에 우호적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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