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대국넘어 사상의 G2로” 中 싱크탱크, 세계여론 이끈다

  • 입력 2009년 8월 27일 02시 54분


“美에 경제는 흑자, 사상은 적자
국제이슈 주도할 논리개발 필요”
정부-기업-학계 두뇌들 총집결
“퇴직관료 양로원 수준” 비판도

‘경제대국을 넘어 사상과 이론의 대국으로.’

중국이 경제대국의 위용에 걸맞게 국제사회의 여론을 주도하기 위해 싱크탱크(智庫·즈쿠)를 크게 강화하고 있다. 세계 수준의 고급 싱크탱크를 육성해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논리를 개발하고 나아가 국제무대에서 화두를 이끌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중국 논리 강화해 국제담론 주도

중국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세계적인 싱크탱크의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미국과 함께 ‘G2’로 불릴 만큼 국력은 강화됐지만 국제무대에서는 유수의 싱크탱크를 활용해 정책을 만들고 세계 여론을 이끄는 미국에 끌려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미국외교정책연구소(FPRI)의 ‘글로벌 싱크탱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싱크탱크는 1777개이며 중국은 74개에 불과하다. 최근 런민(人民)일보는 “경제에서는 대미 흑자가 쌓여가지만 사상과 이론 측면에선 적자투성이”라고 개탄했다.

‘사상과 화두 적자’를 타개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야심 찬 프로젝트가 올해 3월 출범한 ‘중국국제경제교류중심(CCIEE·국경중심)’이다. 베이징(北京) 권부의 심장부인 중난하이(中南海) 부근에 자리 잡은 국경중심은 지난달 ‘세계 싱크탱크 정상회의’를 개최하며 성공적인 출발을 알렸다. 쩡페이옌(曾培炎) 전 부총리가 이사장을 맡고 이사진에 전현직 장관급 관료, 저명 경제학자들이 대거 포진해 ‘슈퍼 싱크탱크’로 불린다.

정신리(鄭新立) 국경중심 상임부이사장(전 중앙정책연구실 주임)은 이달 초 런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경중심은 개혁개방 30년 성과의 결정체”라며 “기존 국무원 발전연구중심이나 사회과학원이 국내 경제에 치중했다면 국경중심은 국제경제전략을 연구해 정부에 조언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경중심은 △금융위기와 세계화 △신국제금융질서 구축 △무역보호주의와 도하라운드 △외환보유액 활용과 위안화 국제화 △사회보장체제 구축 등을 올해 집중 연구과제로 삼아 매달 연구회의를 열어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중국 싱크탱크들은 국내 연구에 머물지 않고 대규모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인 ‘쩌우추취(走出去·해외 진출)’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저명 경제전문가들의 모임인 ‘중국경제50인논단(50인논단)’은 28일 베이징에서 경제위기와 금융질서 개혁을 주제로 ‘제1차 중-미 경제학자토론회’를 열 예정이며, 중국전략경영연구회도 ‘중-미 클린에너지협력전략포럼’을 개최할 계획이다.

○‘산관학(産官學)’ 삼각동맹

중국 정부의 관심 속에 각계의 고급 두뇌가 슈퍼 싱크탱크로 몰려들고 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리청(李成) 선임연구원은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가 발행하는 ‘차이나 리더십 모니터’ 최근호에서 “중국의 신진 싱크탱크들이 전현직 고위 관료와 기업가, 해외 유학파 학자들의 삼각 결합체로 발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관료들의 국정 경험, 기업인들의 자금 동원력, 해외파 학자들의 이론 생산력이 어우러져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는 것. 이들의 동맹은 행정부와 월가, 싱크탱크의 구분이 흐릿한 미국처럼 각 영역을 넘나들면서 유대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국경중심에는 쩡 전 부총리 외에도 왕춘정(王春正) 전 중앙재경지도자소조판공실 주임, 웨이리췬(魏禮群) 국가행정학원 부원장 등 전현직 고위 관료들이 즐비하다. 또 장제민(蔣潔敏) 중국석유 사장, 펑궈징(馮國經) 홍콩국제상회 주석 등 기업인, 첸잉이(錢穎一) 칭화(淸華)대 경제관리학원장, 류쭌이(劉遵義) 홍콩중문대 총장 등 미국 유학파 경제학자들도 가세했다. 국경중심은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는 관영 싱크탱크들과 달리 20여 개 국영 및 다국적 기업으로부터 5억 위안(약 910억 원)을 모금할 계획이다. 50인논단도 저우샤오촨(周小川) 런민은행장, 샤오제(肖捷) 세무총국장 등 유력 관료들과 돤융지(段永基) 쓰퉁(四通)그룹 회장, 컴퓨터 제조업체 롄샹(聯想·레노보)의 류촨즈(柳傳志) 회장 등 기업인, 린이푸(林毅夫) 세계은행 부총재, 이강(易鋼) 외환관리국장 등 해외 학자들이 삼각동맹을 구성하고 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정부로부터의 독립과 자율을 갖지 못했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싱크탱크로 도약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중국 내부에서도 “중국의 이미지를 관리하기 위한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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