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經團連 55년 공조 변화 예고

  • 입력 2009년 8월 19일 02시 56분


위기의 아소 총리아소 다로 일본 총리가 8월 30일 총선을 앞두고 18일부터 시작된 공식 선거전에서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그가 이끄는 자민당은 54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제1당의 자리를 뺏길 위기에 처해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위기의 아소 총리
아소 다로 일본 총리가 8월 30일 총선을 앞두고 18일부터 시작된 공식 선거전에서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그가 이끄는 자민당은 54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제1당의 자리를 뺏길 위기에 처해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자신만만 하토야마 대표일본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 대표가 18일 오사카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제1야당의 당수인 그는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다. 오사카=AP 연합뉴스
자신만만 하토야마 대표
일본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 대표가 18일 오사카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제1야당의 당수인 그는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다. 오사카=AP 연합뉴스
日 8·30 총선 선거전 돌입… 민주 지지율, 자민의 2배
재계 “기존질서 미궁에 빠져”… 각당 정책평가 연기

일본의 8·30총선이 18일 공시되면서 12일간의 공식 선거전이 시작됐다. 민주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차기 총리에 대한 지지율이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민주당 대표가 41%,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가 20%로 나타났다. 정권교체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일본 정치 경제의 기존 역학관계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찰떡궁합을 과시해온 재계단체 경단련(經團連)과 자민당의 관계 재설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치헌금을 더 달라고 하지는 않겠습니다. 종전처럼 자민당에 정치헌금을 몰아주지만 않는다면….” 일본 민주당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간사장은 이달 초 재계단체인 경단련과의 정책설명회에서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재계의 정치헌금으로부터 소외돼 온 서운함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좌중에는 폭소가 쏟아졌지만 이를 지켜보는 경단련 간부들은 민주당의 일침에 좌불안석이었다.

○ 뿌리 깊은 인연

대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해온 경단련과 자민당의 공조 관계는 뿌리가 깊다. 1955년 자유당과 민주당이 합당해 보수대연합을 구축한 이후 경단련은 자유주의 경제를 사수한다는 명분 아래 옛 사회당과 대치하는 자민당을 지원해왔다. 선거 때마다 돈과 표를 몰아주고 그 대가로 재계의 요구를 정책에 반영해 왔다. 기업에 대한 세금우대정책인 조세특별조치(특조)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 특조는 특정기업에 대해 연구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세금을 감해주는 조치로 기업에는 일종의 보조금 성격이다. 하지만 지난해 기업의 법인세 관련 특조는 1조3690억 엔으로 이 가운데 97%는 대기업이 혜택을 받았다. 정치헌금의 기준이 되는 경단련의 정책평가에서도 자민당과 민주당은 확연히 대조된다. 자민당은 대부분 A학점이지만 민주당은 평균 이하인 C학점이다. 2007년도 자민당의 정치헌금은 29억1000만 엔인 데 비해 민주당은 8000만 엔에 그쳤다.

○ 고민에 빠진 경단련

민주당은 자민당과 경단련의 뿌리 깊은 유착관계를 손질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우선 정부와 각종 업계단체, 기업 또는 국민이라는 3층 구조로 돼 있는 일본의 사회구조를 정부와 국민(또는 기업)을 직접 잇는 구조로 바꾸겠다고 벼르고 있다. 정부와 국민(또는 기업) 사이의 매개체 역할을 해온 업계단체가 존재감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는 지경에 처한 것이다. 민주당은 경단련과 자민당의 핵심 연결고리인 특조도 30∼50% 삭감할 계획을 세웠다.

난감해진 경단련은 통상 9월에 발표하던 정당 정책평가 결과를 두 달 뒤로 미루는 등 민주당과의 관계 회복에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경제정책은 경단련의 입장과 거리감이 커 마냥 민주당 지지로 돌아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경단련 측은 “모든 게 분명했던 기존 질서가 미궁에 빠졌다”면서 “얼굴은 여전히 자민당을 향하고 있지만 눈은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다”며 초조해하고 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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