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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8월 12일 02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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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민주화운동의 상징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64·사진)가 또다시 1년 6개월 동안 가택연금을 당하게 됐다. 미얀마 특별법정이 11일 가택연금 규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수치 여사에게 징역 3년과 강제노동을 선고한 직후 군정 최고지도자인 탄 슈웨 장군이 형량을 1년 6개월로 낮추고 교도소 수감 대신 가택연금으로 대신하도록 명령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판결 5분 뒤 갑자기 법정에 들어선 마웅 우 내무장관은 “미얀마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감형한다. 수치 여사가 미얀마의 독립영웅인 아웅산 장군의 딸이라는 점도 감안했다”는 탄 슈웨 장군의 감형 결정문을 낭독했다. 미얀마 군정이 이처럼 형량을 낮춘 것은 수치 여사가 내년에 실시되는 총선에 참여하지 못하게 막으면서도 ‘관대한’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국내외의 압력과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수치 여사의 집에 잠입했던 미국인 존 예토 씨(53)에게는 징역 7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재판이 끝난 뒤 수치 여사는 가택연금 명령에 따라 양곤의 자택으로 돌아갔다.
올해 5월 초 예토 씨가 수치 여사의 자택에 잠입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군정은 수치 여사를 체포해 양곤 근처 인세인 교도소에 수감한 뒤 교도소 내에 특별법정을 만들어 재판을 진행해 왔다. 수치 여사가 1988년 민주화운동에 뛰어든 이후 군정은 세 차례에 걸쳐 약 14년간 그를 연금했다.
국제사회는 일제히 미얀마 군정을 비난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수치 여사에게 유죄 선고가 내려진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미국은) 수치 여사의 석방을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판결 소식을 들은 뒤 “슬프고 화가 난다. 완전히 정치재판이며 속임수에 불과하다”고 비난했고,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미얀마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향한 수치 여사의 투쟁을 막기 위한 재판”이라고 꼬집었다. 유럽연합(EU)은 미얀마에 추가 제재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이 긴급 회담을 열어 이번 사태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