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만 샴푸 팔 수 있다? 로레알 인종차별 행위 유죄

  • 입력 2009년 6월 25일 16시 08분


프랑스 화장품업체인 로레알이 샴푸를 홍보하면서 인종차별적 행위를 한 혐의가 유죄로 최종 확정됐다고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가 25일 인터넷판으로 보도했다.

프랑스 대법원은 로레알이 계열사인 가르니에가 제조한 '프뤽티 스타일 샴푸' 광고에서 "당신은 그것(샴푸)을 사용할 만하기 때문에"라는 문구를 내세움으로써 흑인과 아시아, 아랍계 여성은 그 샴푸를 사용할 자격이 없는 것으로 여기게끔 인종적 차별을 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로레알이 "이 샴푸를 판매하는 여사원들은 'BBR'이어야 한다"는 표현을 한 것도 문제 삼았다. BBR은 프랑스어로 파란색과 흰색, 빨간색을 뜻하는 단어의 머리글자를 딴 약어이자 프랑스 국기에 등장하는 3색이다.

BBR은 프랑스의 직원채용 관련 분야에선 '백인 프랑스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백인 프랑스인들'을 뜻하는 은어다. 따라서 로레알 측의 행위는 사실상 프랑스 내 소수인종 400만 명을 채용에서 배제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프랑스 고용법'에 위배된다고 지적하면서 2007년 파리항소법원이 내린 판결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은 세계 최대의 화장품 그룹인 로레알의 이미지에 큰 타격이 될 것이며, 프랑스 사람들은 백인 판매원으로부터 샴푸를 살 확률이 더 높을 것 같다고 로레알 측이 생각한 이후 프랑스 상점주들 사이에 선입견이 만연해 있음을 시사하는 이라고 더 타임스는 지적했다. 또 그간 일자리를 구할 때 많은 차별을 받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해왔던 흑인 및 아랍계 프랑스인들의 분노를 부를 것으로 예상했다.

대법원은 이번에 로레알 뿐 아니라 인력채용컨설팅 업체 아데콤의 자회사 디스트리콤에 대해서도 인종차별 유죄판결을 확정했다.

로레알 측은 3년간의 법적 분쟁을 종결지은 이번 판결에 대해 "실망스럽다"고 밝혔으나 아데코 측은 논평을 거부했다. 반면 이번 소송을 이끈 반인종주의 단체 SOS라시슴의 새뮤얼 토마스 부회장은 "대단한 승리"라면서 "회사의 규모가 크든 작든 아무도 법적 처벌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법원에 따르면, (샴푸를 제조한 가르니에로부터 인력채용 의뢰를 받은) 디스트리콤의 한 임원은 지난 2000년 본사에 보낸 팩스에서 "가르니에의 판매여사원은 18~22세, 38~42 사이즈의 옷을 입는 사람, 그리고 BBR이어야만 한다"고 기술했다.

법원은 실제 가르니에의 판촉에 동원된 로레알 여직원 가운데 흑인이나 아시아계, 아랍계는 4.65%에 불과한 점을 지적했다. 문제의 'BBR 팩스'가 송신되기 전 디스트리콤이 받은 비정규직 판매 여사원 채용 대상 후보자들 가운데 소수인종 비중이 38.7% 였다는 점에서 이는 채용의 최종단계에서 소수인종이 배제됐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더 타임스는 전했다.

그러나 문제의 팩스를 보냈던 디스트리콤의 테레스 쿨랑제 부사장은 자신은 "판촉요원들이 프랑스어로 정확하게 의사를 표현할 수 있기를 원했을 뿐"이라고 해명하면서 팩스는 개인적 제안 일 뿐 회사 정책을 실행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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