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CCTV 시사프로 ‘여론 조작’ 물의

  • 입력 2009년 6월 22일 02시 56분


제작 참여 실습생을 일반인으로 꾸며 방송

관영 중국중앙(CC)TV의 유명 시사프로그램이 제작 의도에 맞추려고 제작 참여자를 일반인인 것처럼 꾸며 방송을 내보내 물의를 빚고 있다. CCTV 1채널에서 매일 오후 7시 38분에 방송되는 심층 뉴스 프로그램 ‘초점방담(焦點訪談)’은 18일 세계 최대의 인터넷 검색엔진인 구글이 음란물을 방치해 중국 청소년들을 해치고 있다는 내용을 집중적으로 내보냈다. 중국 정부의 인터넷 담당 감독기관이 바로 몇 시간 전에 같은 이유로 ‘구글차이나’를 강력히 비난한 데 이은 심층해부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다양한 자료와 인터뷰로 주제를 다뤄 인기를 끌었다. 특히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가오예(高也)라는 이름의 한 대학생은 “친구가 인터넷에서 포르노 사이트를 접한 뒤 ‘몸과 마음이 안절부절못하는(心神不寧·심신불령)’ 상태가 돼 학업에 큰 지장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친구가 정부의 단속으로 음란물을 쉽게 찾지 못해 상태가 좋아졌는데 구글을 통해 다시 음란물을 찾게 돼 예전 상태로 돌아갔다”고 덧붙였다. 제작 의도와 너무나 정확히 일치하는 피해자 측의 코멘트였다. 이후 가오 씨가 언급한 ‘심신불령’은 중국 인터넷에서 유행어가 됐다.

하지만 가오 씨는 후베이(湖北) 성 우한(武漢) 시 한 대학의 저널리즘 관련 학과 3학년생으로 이 프로그램의 제작에 직접 참여한 실습생인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누리꾼은 CCTV가 그를 내세워 여론조작을 했고 프로그램의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비난했다. 일부 누리꾼은 가오 씨가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했지만 개인 신분으로 의견을 말한 게 무슨 잘못이냐고 가오 씨와 CCTV 측을 옹호했다.

현재 사태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태세다. 누리꾼들은 인터넷에서 신원을 찾아내는 ‘인육수색(人肉搜索)’을 통해 가오 씨의 휴대전화 번호와 블로그 및 e메일 주소, 여자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 등 개인정보를 찾아냈다. 그의 휴대전화와 블로그엔 협박 메시지가 쇄도하고 있다고 중국 언론은 전했다. 가오 씨의 대학 교수와 동료들은 누리꾼들에게 이런 행위를 자제하라고 호소했다. 현재 CCTV는 가오 씨의 프로그램 출연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한편 중국 정부의 구글 비난은 최근 개인용컴퓨터(PC)에 유해물 차단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을 외국 기업들이 반발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구글차이나는 사과와 함께 음란물을 철저히 제거하겠다고 20일 발표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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