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충격 6개월… 인도 경제수도 뭄바이는 지금

  • 입력 2009년 6월 9일 02시 54분


그날의 상처 그대로 인도 뭄바이 타지마할호텔 부근에 있는 레오폴드 카페의 창. 지난해 11월 테러 때 생긴 총탄과 수류탄 파편 자국을 그대로 남겨놓고 있다. 역사의 현장을 확인하려는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테러 이전보다 더 유명해졌다. 사진 제공 게티이미지
그날의 상처 그대로 인도 뭄바이 타지마할호텔 부근에 있는 레오폴드 카페의 창. 지난해 11월 테러 때 생긴 총탄과 수류탄 파편 자국을 그대로 남겨놓고 있다. 역사의 현장을 확인하려는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테러 이전보다 더 유명해졌다. 사진 제공 게티이미지
‘테러관광’ 꽃피고 영화 제작 봇물

호텔-카페 총탄자국 보존… 관광객 몰려

볼리우드에선 테러 관련 영화 16편 준비

세계를 경악시킨 뭄바이 테러가 발생한 지 반년이 지나면서 ‘인도의 경제수도’ 뭄바이에서 ‘테러 관광’이 꽃피고, 뭄바이 테러를 다룬 볼리우드 영화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가 8일 보도했다.

뭄바이 테러는 지난해 11월 26일 바다를 통해 뭄바이에 침투한 테러리스트 10명이 특급호텔 기차역 유대인거주센터 관광명소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해 179명의 인명을 앗아간 충격적인 사건. 이 때문에 인도 경제는 상당한 타격을 받았고 파키스탄 내 무장 세력이 테러의 배후로 지목되면서 인도-파키스탄 관계도 급속도로 악화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도 경제의 심장’ 뭄바이는 그날의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 신문은 대기업에서 구멍가게 주인에 이르기까지 대다수 뭄바이 경제인들은 뭄바이 테러 자체를 잊어버린 것처럼 보였다고 현지발로 전했다.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타지마할 호텔과 오베로이 호텔은 부분적으로 또는 완전히 문을 열었다. 집중 공격을 받았던 유대인거주센터와 차트라파티 시바지역(일명 빅토리아역) 역시 정상화됐다.

비극적인 사건은 테러관광이라는 뜻하지 않는 행운도 가져왔다. 테러리스트가 인도 군경과 대치하던 70여 시간 동안 뭄바이 곳곳이 전 세계 매스컴에 노출되면서 테러리스트가 휩쓸고 지나간 ‘역사의 현장’을 직접 확인하려는 관광 심리가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테러리스트가 타지마할 호텔을 습격하기 전 먼저 공격했던 레오폴드 카페는 테러관광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영국 식민지 시대인 1871년부터 장사를 시작해 외국인 관광객에게 어느 정도 알려져 있던 이곳은 개보수 작업을 하면서 일부러 총탄과 수류탄 파편 자국을 그대로 남겨놓았는데 많은 관광객이 이를 보기 위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파르한 제하니 사장은 총탄 자국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처럼 장사가 잘된 적이 없었다”고 실토했다.

타지마할 호텔과 유대인거주센터를 연결하는 대로변에서 영업하는 잡화 노점상 역시 테러관광의 혜택을 맘껏 누리고 있다. 가짜 시계와 보석류를 파는 한 노점상은 “뭄바이 테러 현장을 안내하는 버스 관광이 성행하면서 장사가 잘되고 있다”며 “장사로만 보면 결과적으로 테러가 득이 됐다”고 말했다.

인도판 할리우드로 불리는 볼리우드에서는 뭄바이 테러를 소재로 한 영화가 유행이다. 개봉을 앞둔 ‘토털 텐(Total Ten)’은 테러리스트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모하메드 아지말 카사브에 대한 재판을 다룬 영화.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영화 외에도 15편의 뭄바이 테러 관련 영화가 제작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영화 ‘토털 텐’에서 테러리스트 카사브 역을 연기한 영화배우가 최근 촬영장으로 가다 괴한의 습격을 받은 사건을 거론하며 “경제적으로는 뭄바이가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으나 심리적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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