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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6월 3일 15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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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을수록 기분 좋은 말들. 칭찬과 격려가 부족한 일상에서 언제 어디서나 이런 얘기를 들을 수 있다면 생활에 큰 활력소가 될 것이다.
일본에서는 최근 칭찬과 용기를 주는 각종 온라인 서비스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2일 불황과 지나친 성과주의 위주의 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이 칭찬을 주제로 한 인터넷 사이트 등 콘텐츠를 이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터넷의 익명성을 남용하는 피해는 일본에서도 심각한 사회 문제다. 인터넷상에서 벌어지는 무분별한 욕설과 비난을 견디지 못해 자살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온라인을 통해 칭찬 문화를 장려하는 이 같은 서비스가 주목받게 된 것이다.
지난해 12월 오이타(大分)의 한 웹 제작업체가 만든 '칭찬받는 살롱'(ほめられサロン)이라는 이름의 사이트. 이름, 성별, 직업 등의 개인정보를 입력하면 칭찬과 격려의 말이 하트 무늬, 경쾌한 드럼 소리와 함께 화면에 등장한다.
이 사이트는 블로그, 친목사이트를 통해 입소문이 퍼지며 이용자가 늘었고 최근 하루 접속량이 15만 건을 넘어섰다. 4월엔 개인 블로그에도 적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신청건수도 지금까지 8000건 이상을 기록했다.
'칭찬받는 살롱'엔 성별, 직업 등에 따라 칭찬, 격려, 위로의 말이 세분화돼 있다. 영업직 사원의 경우 "OO씨 덕택에 손님이 기뻐했답니다"처럼 업무와 직결된 칭찬이 대부분이다. 사무직 사원이라고 입력하면 "OO씨가 만든 그래프가 가장 훌륭해요" "OO선배처럼 되고 싶어요", 농민에게는 "열매가 잘 익어 가네요"라는 말이 나온다.
주부의 경우엔 결혼 생활을 하면서 남편에게 듣고 싶은 고마움과 격려를 표현하는 말이 화면 가득 채워진다. "맛있는 요리 언제나 고마워" "당신과 결혼해서 너무 행복해" "주부로서 당신이 받아야할 연봉은 1200만엔" 등의 말이 나타나는 것. 남성은 "남자답다" "믿음직스럽다", 여성은 "예쁘다" "스타일이 좋다" 등 성별에 따라 칭찬 내용도 달라진다.
제작자인 사토 기리코(佐藤霧子) 씨는 사이트 인기 비결에 대해 "불황에 지친 사람들이 늘어나는 시대에 적중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말로 칭찬이나 위로를 받고 싶은지 직접 물어본 뒤 직업, 성별로 분류했다고 말했다.
도쿄의 이벤트 기획사 '웹 스타일'은 휴대전화 칭찬 문자 메시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회원들끼리 서로 격려하는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마다 '칭찬 포인트'를 부여한다. 업체 측은 포인트 실적에 따라 게임기 등 경품을 제공하고 있다.
2월에 서비스가 시작된 뒤 등록회원은 지금까지 약 1000명. 회사에서 해고된 한 20대 여성이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라고 고민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 "성실한 당신이라면 곧 다시 취업할 수 있을 거에요" "시련을 극복하길" 등 다른 회원들이 보낸 위로와 격려의 말이 도착한다.
이 업체의 와타나베 에이지(渡¤英志) 사장은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사람과 사람 간 대화가 줄어 인간관계가 소원해지고 있다"며 "칭찬 문자 메시지 서비스를 통해 서로 칭찬하고 칭찬받는 것을 연습하며 익숙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칭찬을 주제로 한 온라인 잡지도 인기다. 2006년 나고야(名古屋)에서 첫 선을 보인 '호메루마가'(ホメルマガ)는 독자가 3000명을 넘어서며 최근 130호를 발행했다. 이 잡지는 '출퇴근 시간에 다른 승객을 칭찬하는 법' '광고를 보고 상품의 좋은 점을 지적하는 법' 등 일상생활 중 칭찬할 수 있는 방법 등을 소개한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칭찬 서비스의 인기가 직장에서 성과에만 매달리며 격려보다 비난받는데 익숙해진 현대인이 위로받기를 원하게 되면서 나타난 사회적 현상으로 분석한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일각에선 다른 사람을 칭찬할 때 얼굴을 맞대고 직접 전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일본인의 습성도 한 원인으로 본다. 인터넷, 휴대전화 등 온라인에선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도 되는 익명성이 긍정적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