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극으로 끝난 ‘영화 같은 불륜’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5월 23일 02시 59분



‘섹시스타’와 2년간 외도 이집트 유력 정치인
새 애인 생겨 도망가자 청부살해


지난해 7월 28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한 고급 아파트. 아랍권에서 ‘섹시스타’로 이름을 날리던 레바논 출신 여가수 수잔 타밈(당시 31세)이 피가 흥건한 시체로 발견됐다. 예리한 칼에 목이 베이고 온몸에 수십 군데가 찔린 처참한 모습이었다. 중동 각국 언론은 톱스타의 비참한 최후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두바이 경찰은 살인현장에 남은 발자국을 증거로 수사에 착수했다.
타밈이 살해된 지 10개월이 지난 21일 이집트 카이로의 한 법원. 이집트 여당인 국민민주당(NDP) 상원의원이자 부동산 재벌인 히샴 탈랏 무스타파 의원(50)이 사형 선고를 받았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측근이기도 한 그의 죄목은 타밈을 살해하도록 교사한 혐의. 두 사람 사이에선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 등 외신은 22일 한 편의 영화 같은 이들의 불륜 행각과 비극적 결말을 상세히 보도했다.

타밈은 1996년 19세의 나이로 레바논 TV방송사의 신인가수 선발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데뷔했다. 뇌쇄적인 눈빛, 짙은 화장과 육감적인 몸매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보수적인 이슬람권에선 보기 드문 섹시한 매력과 가창력까지 겸비한 그는 단박에 중동 전체를 아우르는 톱스타로 떠올랐다. 사생활도 복잡했다. 숱한 남성들과 스캔들을 터뜨렸고 중동 여성으로는 이례적으로 이혼과 재혼을 반복했다.
타밈은 자신의 매니저였던 두 번째 남편과 이혼한 뒤 잠시 연예계 활동을 중단했다. 전남편이 타밈을 절도, 살인미수 혐의로 고소했기 때문. 아랍 국가에서 법원이 여성의 손을 들어줄리 없다고 판단한 타밈은 이집트로 무대를 옮겼다. 그는 카이로에서 권력과 재력을 모두 갖춘 유부남 무스타파 의원의 정부가 돼 안정을 되찾았다.
두 사람의 불륜은 2년여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타밈은 스토커처럼 자신을 쫓아다니는 무스타파 의원을 피해 영국 런던으로 도망쳤다. 2006년 그는 런던의 한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다 우연히 만난 이라크 출신의 킥복싱 세계 챔피언 리야드 알아자위와 사랑에 빠졌다. 젊고 잘생긴 근육질의 챔피언에게 첫눈에 마음을 뺏긴 것.
무스타파 의원은 이들의 관계를 알고 타밈에게 “5000만 달러를 줄 테니 돌아오라”고 제의했다. 타밈이 “돈은 필요 없다”고 거부하자 이번엔 “죽이겠다”며 협박했다. 타밈은 남자친구에게 이를 알렸고 알아자위는 “내가 평생 당신 곁에서 지켜 주겠다”며 프러포즈했다. 타밈은 2007년 알아자위를 세 번째 남편으로 맞았다.
그러나 알아자위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이집트 검찰 조사에 따르면 무스타파 의원은 타밈이 두바이에서 잠시 지낸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 전직 경찰관에게 200만 달러를 주고 살인을 청부했다. 범인은 체포됐고 무스타파 의원은 지난해 9월 타밈의 살인교사 혐의로 기소됐다. 21일 사형 판결이 나오자 법정에서 이를 지켜보던 무스타파 의원의 아내와 자녀들은 오열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집트 정부는 당초 사건의 보도를 막기 위해 언론에 압력을 행사했지만 ‘사막의 나라’인 중동 전체를 더욱 뜨겁게 달궜던 톱스타의 죽음을 덮기엔 역부족이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